항목 ID | GC0150136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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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의미역 | People to ride out the Typoon |
분야 | 지리/자연 지리 |
유형 | 개념 용어/개념 용어(기획) |
지역 | 경상북도 울릉군 |
시대 | 현대/현대 |
집필자 | 고경래 |
[개설]
우리나라에서 발생하고 있는 자연재해 가운데 가장 큰 피해를 입히는 것이 바로 태풍이다. 1979년에 발생한 태풍 쥬디로 136명이 사망하고, 1987년에는 태풍 셀마로 345명이 사망·실종된 것을 비롯해 1991년에는 태풍 글래디스가 발생하여 103명, 1995년에는 태풍 제니스가 65명, 1999년에는 태풍 올가가 64명의 인명을 앗아 가는 등 막대한 인명 피해와 재산 피해를 입혔다.
가을에 발생하는 태풍은 특히 울릉도를 지나가며 섬의 기반 시설을 가차없이 파괴한다. 개척정신이 강하고 거친 자연에 맞서 삶을 일구어 온 울릉도 사람들이지만, 가을마다 찾아오는 태풍에는 버거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가을 태풍이 휩쓸고 지나가면 울릉도는 개척 이전의 암흑 세상으로 돌아가지만, 아직 중앙정부와 지자체에서는 이렇다 할 대책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
[울릉도를 강타한 가을 태풍]
1. 사라(SARAH)
1959년 9월, 태풍 사라는 차례를 지내고 성묘를 가야 할 추석날 새벽에 남해안에 상륙하였다. 갑작스런 강풍과 폭우로 지붕이 날아가고, 가로수가 뽑히고, 집이 무너지고, 전답이 물에 잠겼다. 열대저기압 등급 중에서도 가장 높은 ‘카테고리 5급’까지 발달한 사라는 당시 우리 사회에 큰 상처를 남겼다.
다행히 북상하면서 다소 동쪽으로 치우치며 부산 앞바다를 통과하여 최악의 상황은 면할 수 있었으나, 동해로 진출하면서 여지없이 울릉도를 강타하고 지나갔다. 당시 우리나라는 사라와 같은 강력한 태풍의 내습에 대처할 만한 방재 시스템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상태여서 특히 피해가 심했는데, 그중 울릉도를 포함한 경상도 지역의 피해가 가장 심했다.
2. 브랜다(BRANDA)
1985년 10월에 우리나라를 지나간 태풍 브랜다는 내륙 지방에는 큰 피해를 주지 않았지만, 울릉도에는 2백억 원이 넘는 재산 피해를 가져다 주었다. 이 금액은 브랜다로 인해 국내에서 발생한 총 피해액인 280여억 원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항구에 정박해 두었던 어선 285척이 피괴되는 등, 2003년 태풍 매미의 피해가 발생하기까지 역대 최고를 기록하였으나 태풍 브랜다와 관련한 기상 자료나 보도 자료는 거의 남아 있지 않은 실정이다. 이는 태풍이 내륙을 지나가지 않았기 때문인데, 당시 중앙정부와 국민, 그리고 언론에서 막대한 피해를 입은 울릉도와 독도를 마치 우리 영토가 아닌 것처럼 소홀히 했기 때문에 나타난 결과로 추정된다.
브랜다로 인해 수령 2500~2700년을 자랑하는 울릉도 도동항의 최고(最古) 향나무도 피해를 입었다. 오른쪽 가지가 찢겨 나갔던 것이다. 울릉도의 거의 모든 거목들이 남벌당하던 일제강점기에도 왜인들이 손을 대지 못할 정도로 울릉군민들의 사랑을 받았던 향나무였다. 현재 울릉군은 피해를 입은 나무의 몸통 부분을 와이어로프로 고정해서 보호하고 있으며, 잘려 나간 가지는 공개 입찰로 매매한 도동 약수공원 입구의 한 향나무공예점에서 승천하는 용의 모양으로 조각하여 가게에 전시하고 있다고 전해진다.
3. 루사(RUSA)
2002년 8월 30일부터 9월 1일까지 태풍 ‘루사’는 전라남도 해안에 상륙하여 충청 경기권을 거쳐 강원도 지역으로 가로질러 감으로써 우리나라 전역을 강타하였다. 특히 피해가 많았던 동해안과 강릉 지역의 경우 단 하루에 870㎜의 집중호우를 뿌리며 일대를 물바다로 만들었다. 우리나라 연 강수량이 1300㎜인 점을 감안한다면 이날 하루 동안 일 년에 내릴 비의 절반 이상이 쏟아진 셈이다.
4. 매미(MAEMI)
2003년 추석 연휴 동안 남해안에 상륙한 태풍 매’는 모든 면에서 태풍 사라의 악몽을 연상시켰다. 사라만큼 강력한 태풍인데다 추석 연휴 동안 남해안에 상륙했다는 점이 그랬다. 남해안을 강타한 후 동해로 진출한 매미는 그 위력이 더욱 강해져서 울릉도를 강타하였다. 울릉도의 관문인 도동항에서는 무게 32톤의 방파제 보호용 콘크리트 구조물인 테트라포트 열여섯 개가 태풍의 위력을 이기지 못하고 방파제를 넘어 항구 안으로 들어왔다.
같은 시기 남양리에서도 무게 64톤의 테트라포트 세 개가 해일에 밀려 방파제를 넘어 섬을 덮치는 등 울릉 지역의 방파제 일곱 곳을 비롯하여 접안 시설과 같은 항만 시설 네 곳이 모두 붕괴되었다. 또한 주택 78동이 전파 또는 반파되어 침수되는 등 피해액만도 무려 2백억 원이 넘었다. 인명피해도 있었는데, 울릉경비대 소속 경찰관 세 명이 파도를 피해 안전한 지대로 이동하다 실종되는 사고가 발생하였다.
5. 송다(SONGDA)
베트남에서 제출한 태풍 명으로 ‘중국으로부터 올라온 붉은 강’이라는 뜻을 가진 송다는 강풍을 동반하고 2004년 9월 대마도 근처 해안을 지나 규슈 지역을 끼고 동해로 진출하였다. 주로 일본 규슈 지역을 강타하여 많은 피해를 입혔지만, 태풍의 반경이 6백 ㎞에 달하여 울릉도와 독도에도 적지 않은 피해를 입혔다. 송다로 인하여 울릉 지역에서는 약 백억 원의 피해를 입었다.
6. 나비(NABI)
2005년 9월에 발생한 태풍 나비는 순간 최대초속 47.3m의 강풍과 564.5㎜의 폭우를 동반하여 울릉군 서면 지역을 강타한 뒤 독도 동쪽 해상으로 진출하여 온대성 저기압으로 안정되었다. 나비로 인해 서면의 남양리와 태하리는 초토화되었는데, 남양천과 남서천이 범람하여 남양리의 남양초등학교 운동장과 화장실이 유실되고 여러 마을에서 가옥이 전파되고 침수되었다.
동해안 어업전진기지인 저동항의 경우 높은 파도에 정박하고 있는 어선 여섯 척이 침몰하는 사고가 발생하였다. 한편, 휴대전화기지국이 파괴되고 유선전화가 불통되는 등 전기 및 수돗물 단절 등의 피해도 컸는데, 태풍 나비로 인한 울릉도 피해액만 약 270억 원으로 집계되었다.
7. 산산(SHANSHAN)
2006년 9월에 발생한 태풍 산산은 부산 앞바다를 거쳐 동해안 지방에 초속 30m 안팎의 강풍을 동반한 비를 내리고 동해 중심으로 북상하다 울릉도와 독도 사이로 중심이 이동하였다. 태풍 산산은 울릉도에서 초속 40m가 넘는 강풍을 동반하며 최저기압 925hPa을 기록하였다. 초가을인 9월에 태풍이 강한 위력을 보이는 것은 바닷물의 온도가 높아서 태풍에 계속해서 에너지를 공급하기 때문이다.
[기상정보의 사각지대 울릉도]
2003년 9월에 발생한 태풍 매미가 울릉도를 지나가고 있을 때, 울릉 지역 사람들은 저마다 “여기는 한국 땅이 아니냐?”면서 울분을 터트렸다. 각 방송사들이 9월 13일에 태풍 매미가 울진을 통과하자, 울릉도와 독도 해상으로 빠져나간다는 사실을 알려주지 않은 채 “태풍이 드디어 우리나라를 빠져나갔다”는 방송만 되풀이했던 것이다. 이에 따라 울릉 주민들은 태풍의 위협에서 벗어난 것으로 판단했다가 몇 시간 후 갑자기 밀어닥친 태풍과 해일로 가옥과 선박이 유실되는 등 큰 피해를 당했다.
독도 역시 피해가 막심해서, 동도의 독도경비대 막사 지붕 264㎡가 매미의 강풍에 날아갔고, 대원들의 생필품 공급을 위해 동키바위와 동도를 연결한 가교 22m와 선착장으로 연결된 구름다리 16m가 파도에 휩쓸려 완전 유실되었다. 또 바닷물을 음용수로 변환시키는 조수기[정수 시설]와 해수펌프시설이 유실되고, 독도등대 진입로 난간 65m가 파도와 강풍에 유실되었다.
역대 최고의 피해가 예상되는 9월 14일까지 울릉도와 독도의 태풍 피해가 제대로 보도되지 않자 울릉 지역 주민들의 소외감은 더욱 깊어졌다. 이에 울릉군은 9월 16일에, 울릉도·독도 지역의 기상정보를 공중파 방송이 반드시 보도해 줄 것을 요청하는 공문과 함께 제14호 태풍 매미의 피해 상황을 중간 집계한 현황서를 중앙재해대책본부와 한국방송공사, 기상청에 각각 발송하였다.
[태풍이 지나가면 몰려오는 오징어 떼]
2005년에 발생한 태풍 나비가 지나간 후 울릉도와 동해안 연안에는 유래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오징어 떼가 몰려들었다. 당시 동해수산연구소에서는 태풍이 지나간 뒤 울릉도를 비롯한 동해안의 강원도와 경상북도 연안에 오징어 떼가 몰려들고 있다고 밝혔다. 태풍이 물러난 날이 9월 7일인데, 이틀 뒤인 9월 9일부터 10일까지 이틀간 동해안에는 오징어 채낚기어선 560척이 출어해 1,142톤의 오징어를 잡아 평년에 비해 2배 이상 높은 어획 수준을 나타냈다.
평년 같으면 표면 수온이 22℃ 이하로 낮아지는 9월 중순부터 오징어의 남하가 시작되어 동해 중부 해역에 오징어 어장이 형성되기 시작되는데, 2005년의 경우에는 태풍 나비가 표층 수온을 낮춘데다 표층에 영양염을 충분히 공급함으로써 평년보다 보름 이상 빨리 오징어 떼가 모여들었던 것이다.
2006년 9월에 발생한 태풍 산산이 물러간 뒤에도 울릉도에서는 오징어잡이가 대풍을 이루었다. 울릉군에 따르면, 태풍이 완전히 지나간 9월 21일부터 울릉도 연안에 오징어가 본격적으로 모습을 드러내어, 2백여 척의 오징어잡이 어선이 하루 2만~2만 5천 축 상당의 오징어를 낚았다고 한다. 태풍 산산이 지나간 뒤 조류가 바뀌고 오징어가 좋아하는 수온[12~18℃]이 되면서 오징어 떼가 몰려온 것이다. 태풍으로 발생한 피해액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그래도 오징어잡이가 대풍을 이루면 울릉 지역 어민들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피어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