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490166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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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 新歸去來連作 |
분야 | 구비 전승·언어·문학/문학 |
유형 | 작품/문학 작품 |
지역 | 서울특별시 도봉구 |
시대 | 현대/현대 |
집필자 | 서여진 |
저자 생년 시기/일시 | 1921년 11월 27일 - 「신귀거래」연작 저자 김수영 출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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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술|창작|발표 시기/일시 | 1961년 6월 3일~1961년 8월 25일 - 「신귀거래」연작 창작 |
편찬|간행 시기/일시 | 1961년 - 「신귀거래」연작 『현대문학』에 수록 |
편찬|간행 시기/일시 | 1962년 - 「신귀거래」연작 『사상계』에 수록 |
저자 몰년 시기/일시 | 1968년 6월 16일 - 「신귀거래」연작 저자 김수영 사망 |
편찬|간행 시기/일시 | 1981년 - 「신귀거래」연작 『김수영 전집』에 수록 |
배경 지역 | 김수영 옛 집터 - 서울특별시 도봉구 도봉동 산107-2 |
성격 | 시 |
작가 | 김수영 |
[정의]
1961년 김수영이 도봉동 주민으로서의 체험을 반영하여 5·16 쿠데타 직후에 쓴 9편의 연작시.
[개설]
「신귀거래」는 5·16 쿠데타로 4·19 혁명의 이상이 좌절된 후 1961년 김수영[1921~1968]이 도봉구 도봉동에 거주하고 있을 때의 체험을 반영하여 쓴 「여편네의 방에 와서」, 「격문(檄文)」, 「등나무」, 「술과 어린 고양이」, 「모르지?」, 「복중(伏中)」, 「누이야 장하고나!」, 「누이의 방」, 「이놈이 무엇이지?」 9편의 연작시의 부제이다. ‘귀거래(歸去來)’는 관직을 그만두고 고향으로 돌아가는 것을 뜻하는 것으로, 중국 진(晉)나라 도연명(陶淵明)의 「귀거래사(歸去來辭)」에 나오는 말이다. 김수영의 「신귀거래」 연작은 혁명의 막간에 일시적으로 퇴각하여 허탈함을 달래고 스스로를 재충전하는 김수영의 시적 과정을 보여 주는 작품이다.
[구성]
「신귀거래」 연작 은 모두 9편으로, 전편이 1961년 6월 3일부터 8월 25일까지 3개월이 채 못 되는 기간 동안에 쓰였다. 연작시의 1번인 「여편네의 방에 와서」에서 5번인 「모르지?」까지는 ‘귀거래’한 시인의 깊어지는 퇴행과 뒤틀린 침잠의 모습이 그려지고 있다. 6번 「복중」에서는 이러한 침잠에서 서서히 고개를 드는 시인의 의식이 나타나며, 비틀린 침잠의 세계, 침묵과 정적으로부터 빠져나오고 있다. 그리하여 도달한 곳이 7번과 8번 시에서 등장하는, 자기에게는 너무도 낯선 「누이의 방」이다. 시인은 자기 자신과 누이의 고정된 삶을 풍자하면서도 누이의 삶이 어쩌면 해탈일 수도 있음을 인식하는 면모를 보여 준다. 연작시의 마지막 편인 9번 시 「이놈이 무엇이지?」에서는 위와 같은 인식의 과정을 통해 얻어진 현실 인식과 미래 지향적인 염원, 시인의 의지가 구체적으로 반영되고 있다.
[내용]
「신귀거래」 연작시의 1번인 「여편네의 방에 와서」에는 외부 현실의 혼돈과 좌절로부터 원초적인 삶의 전개가 시작되는 ‘여편네의 방’으로의 퇴행이 나타난다. 역사적 현실의 혼돈과 폭력의 전횡 앞에서 시적 자아는 자신을 소년으로 인식하는데, 이때 소년이란 현실 인식을 제대로 하지 못했던 자아에 대한 질책인 동시에 폭력의 비순수성을 예리하게 주시하고 있는 내적 성찰이기도 하다.
삶에 대한 시적 행동의 대응책으로서 심화되는 그의 정신적 궤적은 2번 시 「격문」에서 더욱 세련된 시적 형상화 과정을 통해 나타난다. 도시적 삶의 피상적 대응책인 ‘마지막 몸부림’과 ‘방대’하고 ‘막대한 모방’과 ‘도봉산 보다도 더 큰 증오’나 ‘굴욕’을 깨끗이 버리고 ‘농부의 옷차림으로’ 갈아입은 시적 화자는 반어적인 문맥 속에 모든 삶이 편평해지는 거부감을 냉철하게 인식하면서 삶의 실체와 괴리된 가운데 발생하는 안일한 시인으로서의 어리석은 시적 행동을 스스로 힐책하고 있다.
「신귀거래」3, 「등나무」에서 ‘등나무’는 감당할 수 없는 폭력으로 부각되며, 4번 시 「술과 어린 고양이」에서는 ‘중용의 술잔’과 ‘술 취한 바보의 가족과 운명’, ‘술 취한 어린 고양이의 울음’ 등의 자조적인 이미지를 통해 자아의 현실 인식을 보여 주면서 무력하고 왜소화된 비극적 자화상을 묘사하고 있다. 이러한 시적 행동은 현실을 극복하기 위한 준엄한 내적 성찰의 각성이다. 술 취한 고양이의 이미지는 「신귀거래」5, 「모르지?」에서 ‘이태백이가 술을 마시고야 시작’을 하는 시적 이미지를 통해 궁핍한 현실을 보다 능동적이고 책략적인 방법을 통해 대응하고 있는 이태백의 시적 행동과 자아를 일치시키고 있다.
「신귀거래」6, 「복중」은 김수영의 지속적인 저항성이 가장 잘 드러난 시의 하나이다. 그는 마물의 찌는 듯한 더위에 견딜 수 없어 반란의 괴성을 지르고 싶어 하며 ‘더위에 속은 조용함’에 대한 억울한 감정을 표현하고 있다. 그래서 그는 ‘미친놈처럼 라디오를 튼다.’고 절규한다. 이를 통해 퇴각한 자기 자신에 대한 반성을 보이고 있으며, 그가 빠져 있던 침잠의 세계에서 빠져나와야 한다는 인식을 보여 준다.
「신귀거래」7, 「누이야 장하고나!」와 8번 시 「누이의 방」은 반어와 풍자로 일관되어 있다. 「누이야 장하고나!」는 동생의 죽음이라는 과거 시간의 뼈아픈 실재를 사진이라는 상징물로 대체해 버리고 숭배하는 관념적인 태도를 비판하고 있으며, 「누이의 방」은 무비판적으로 현실을 수용하고 있는 태도를 비판하고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 누이는 경이로운 삶의 고정성으로 거꾸로 시인을 풍자하고 시인에게 어떤 해탈의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시인은 누이의 삶이 해탈일 수도 있음을 인식한다.
「신귀거래」9, 「이놈이 무엇이지?」는 위와 같은 재인식 과정에서 얻어진 현실 인식과 미래 지향적인 염원, 시인의 의지를 드러냄으로써 연작시가 마무리된다.
[특징]
「신귀거래」 연작 은 5·16 쿠데타가 발발한 직후 김수영이 정치적·사회적 현실로부터 퇴각하여 재충전하고자 하는 시적 고투의 과정을 담고 있다. 이 연작시에 나타나는 시인의 퇴행적 모습은 환멸에 찬 ‘어른의 세계’를 탈출하고자 하는 심리적인 퇴행과 “죽음이 오더라도 성을 내지 않는” 부동의 경지에 대한 욕구, 즉 4·19 혁명이 이룬 성과를 보존하고자 하는 전술적 퇴각이라는 두 의미가 복합된 형태로 나타난다.
이와 함께 김수영은 「신귀거래」연작에서 반어와 풍자의 기법을 활용하여 안일하고 무감각한 태도를 비판하고 있다는 특징을 지닌다. 이는 특히 「누이야 장하고나!」와 「누이의 방」에서 풍자와 해탈의 기로에 선 자신과는 무관하게 삶의 불변성과 연속성을 지키고 있는 누이를 대비시키는 것을 통해 이루어진다. 시인은 누이의 고정성을 비판하지만 누이는 경이로운 삶의 고정성으로 거꾸로 시인을 풍자하고 어떤 해탈의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풍자와 해탈이라는 시인의 어려운 선택과 누이로 대표되는 민중의 비인위적이고 자연스러운 해탈의 대비를 보여 주고 있다.
[의의와 평가]
「신귀거래」연작 은 5·16 쿠데타 이후 시인으로서의 자기 정체성을 찾기 위한 시적 고투라 할 수 있다. 김수영에게 이 고투의 과정은 미래를 위한 시적인 거점을 확보하기 위한 현실로부터 일시적인 퇴각으로 나타난다. 그러한 점에서 김수영은 정치에서 물러나 자연으로 돌아가는 도연명의 「귀거래사」를 염두에 두어 자신의 연작시를 새로운 귀거래, 즉 「신귀거래」라 이름 붙인다. 즉 도연명이 정치를 버림으로써 정치를 무화시켜 버렸다면 김수영은 그와 같은 방식을 모방함으로써 5·16 쿠데타에 동의할 수 없음을 보여 주고, 스스로를 재충전하고자 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즉 「신귀거래」연작은 김수영이 4·19 혁명의 좌절과 5·16 쿠데타라는 역사적 파행성의 현장에서 인간에 대한 신뢰와 소박한 낭만적 폭력의 시적 형상화 방법을 다시 반성하고 성찰하는 계기로 삼고 있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