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490166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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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야 | 구비 전승·언어·문학/문학 |
유형 | 작품/문학 작품 |
지역 | 서울특별시 도봉구 |
시대 | 현대/현대 |
집필자 | 서여진 |
저자 생년 시기/일시 | 1936년 11월 22일 - 「멀리 있는 무덤」 저자 김영태 출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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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술|창작|발표 시기/일시 | 1981년 - 「멀리 있는 무덤」 『여울목 비오리』에 수록 |
저자 몰년 시기/일시 | 2007년 7월 12일 - 「멀리 있는 무덤」 저자 김영태 사망 |
배경 지역 | 김수영 무덤 - 서울특별시 도봉구 도봉동 131 선영 |
성격 | 시 |
작가 | 김영태 |
[정의]
1981년 김영태가 시인 김수영을 추모하기 위하여 지은 시.
[개설]
「멀리 있는 무덤」은 1981년 김영태(金榮泰)[1936~2007]가 시인 김수영(金洙映)[1921~1968]의 기일(忌日)에 도봉산에 있는 그의 무덤을 찾아가지 못하고 대신 그의 누이에게 시집을 보낸 일을 소재로 쓴 시이다. 화자는 김수영이 떠난 이후 자신의 삶을 회고하고 고백하는 형식으로 시상을 전개하고 있다. 「멀리 있는 무덤」의 전반부에서는 제삿날을 맞이하여 도봉산에 있는 김수영의 무덤을 찾지 못한 일에 대한 미안함을, 후반부에서는 자신의 시와 생활을 죽은 시인이 어떻게 평가할까 하는 생각을 하며 반성의 자세를 보이고 있다. 「멀리 있는 무덤」은 김수영에 대한 애도의 슬픔과 자신의 모습에 대한 희극적인 해학이 맞물려 드러나는 작품이다.
[구성]
「멀리 있는 무덤」은 담담하고 자조적인 대화체의 어조를 택해 마치 죽은 김수영과 대화를 하듯이 시를 이끌어 가고 있다. 총 40행으로 이루어진 이 시는 크게 변명, 자기 풍자, 자기반성 등으로 진행되는 세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1~6행까지는 제삿날에도 김수영의 무덤을 찾아가지 못하는 자신의 처지를 변명하는 어조로 출발하여 미안함을 드러내고 있다. 여기에서 이 시의 제목인 「멀리 있는 무덤」은 도봉산에 자리하고 있는 김수영의 실제 무덤을 지시하면서 화자가 찾아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멀리 있는’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
7~30행까지는 자신의 시집 『객초(客草)』에 대해 풍자적으로 소개를 하고 있다. 김영태는 도봉산에 있는 김수영의 무덤을 찾아가는 길에 깔린 ‘풀꽃’과 자신의 시집 『객초』를 서로 연관시키면서 이 시를 진행시킨다. 마치 김수영의 ‘풀’과 자신의 ‘풀’을 대화시키듯이 말이다. 무덤이 있는 도봉산 아래 살고 있는 ‘아직도 정결하고 착한 누이’는 김수영의 시 「누이의 방」에 나오는 정결한 누이이기도 하다. 김영태는 김수영의 분위기를 담고 있는 그 누이의 정결함에 자신의 너저분함을 대비시킨다.
마지막으로 31~40행까지는 자신의 생활을 돌아보며 김수영에 대한 그리움을 표출하고 있다. 이 마지막 부분에는 시인 김수영과 같은 삶을 살지 못하는 자신에 대한 부끄러움과 자책의 표현이 제시되어 있다.
[내용]
‘김수영 제일(祭日)에’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멀리 있는 무덤」은 “6월 16일 그대 제일에/ 나는 번번이 이유를 달고 가지 못했지.”라고 하여 1968년 6월 16일 교통사고로 사망하고 도봉산에 묻힌 김수영을 추모하는 시임을 직접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시인은 “금년에도 나는 생시와 같이 그대를 만나러/ 풀꽃 위에 발자국을 남기지 못할 것 같아.”라고 말한다. 그 대신에 도봉산 아래 사는 정결하고 착한 누이에게 자신의 시집 한 권을 붙인다고 말한다. 그 시집 속에는 죽은 시인에게 붙이는 「김수영을 추모하는 저녁 미사곡」이 있기 때문이다.
김수영은 「신귀거래」연작인 「누이야 장하고나!」라는 시에서 동생의 죽음과 그를 위해 정결하고 경건하게 추모하는 그 누이를 주제로 시를 쓴 바 있는데, 김수영이 그 시에서 스스로를 풍자적인 웃음으로 몰고 갔듯이 김영태 역시 자신의 존재를 해학적인 몰골로 그려 낸다. 이를 통해 김수영의 삶을 자기 인생의 지표로 삼지만 그에 미치지 못하는 자신의 삶이 부끄럽다는 반성을 보이고 있다.
마지막에는 “머리맡에는 그대의 깊은 슬픈 시선이/ 나를 지켜주고 있더라도 그렇지/ 싹수가 노랗다고 한 마디만 해주면 어떠우 …….”라고 하여 김수영과 같은 삶을 살지 못하는 자신에 대한 자책을 하고 있다. 또한 여기에서 시적 화자는 시인 김수영이 죽었어도 늘 곁에 있다고는 생각하지만, 그래도 살아서 자신에 대해 날카롭게 비판해 주었으면 좋겠다는 바람과 그리움을 표출하고 있다.
[특징]
「멀리 있는 무덤」은 전체적으로 죽은 김수영에 대한 추억과 애도의 느낌을 바닥에 깔고 있다. 담담하고 일상적인 대화체의 어투와 자신의 삶을 회고하고 고백하는 형식으로 김수영 시인을 추모하고 있으며, 자신의 시와 삶에 대한 해학적인 표현으로 슬픔의 정서에만 매몰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 이 시의 특징이다.
「멀리 있는 무덤」에서 ‘무덤’은 김수영이 잠들어 있는 도봉산의 한 묘지이지만, 그것은 죽은 자가 잠들어 있는 묘지가 아니라 살아 있는 자의 집처럼 취급을 받고 있다. 시적 자아는 무덤 속의 친구에게 친근한 대화를 건네고 있다. 또한, 시적 자아는 김수영의 무덤을 자신의 삶의 지표 혹은 나침반으로 보고 있기에 여기에서 그의 ‘무덤’은 부정적인 이미지로 제시되지 않고 있다는 특징을 지닌다.
또한 화자는 김수영에 대해 언급하면서 자신의 시집 『객초』의 전반적 경향을 함께 말하고 있는데, ‘나 같은 똥통이 사람돼 간다고/ 사뭇 반가워할 거야.’라고 표현함으로써 그는 자신의 작품 경향이 김수영의 것과 닮아간다는 뜻을 은근히 드러내고 있다. 즉, 이 시를 통해 시인은 김수영에 대한 추모의 정을 표현하면서 시인 김수영이 추구했던 작품 세계에 대한 경의(敬意)를 표하고, 그것이 자신의 문학 세계에 가져온 변화를 말하고 있는 것이다.
「멀리 있는 무덤」은 김영동의 음반 「먼 길」에서 ‘멀리 있는 빛’이라는 노래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대금과 양금, 그리고 기타와 신시사이저 음악이 배경 음악으로 받치고 있는 「먼 길」은 김영태의 「멀리 있는 무덤」을 음악 대본으로 삼아 우리 삶의 비극성과 그것을 극복하기 위한 몸부림들을 아련하면서도 절절하게 표현하고 있다.
[의의와 평가]
「멀리 있는 무덤」은 작고한 김수영에 대한 애도의 슬픔과 자신의 모습에 대한 희극적인 해학이 미묘하게 서로 맞물려서 시적인 화음을 담아내고 있는 시이다. 김수영은 그의 대표적인 작품인 「풀」과 그의 「신귀거래」연작 중 하나인 「누이야 장하고나!」를 통해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고 있는데, 김수영이 그 시에서 스스로를 풍자적인 웃음으로 몰고 갔듯이 김영태 역시 자신의 존재를 해학적인 몰골로 그려 냈다. 「멀리 있는 무덤」은 김수영의 삶과 자신의 삶을 대비시킴으로써 추모의 정을 효과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