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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명분 할머니가 들려 준 옛 이야기 이전항목 다음항목
메타데이터
항목 ID GC006T03025
분야 지리/인문 지리
유형 지명/행정 지명과 마을
지역 전라북도 남원시 산내면 백일마을
집필자 강정만

서명분 할머니에게 들은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서명분 할머니의 이야기(금대암 전설)

"마천 가는 도중에 금대암이라는 암자가 있어. 그런데 부엌 앞에 큰 바위가 있어서 밥을 하러 갈려면 스님이고 공양주고 간에 애를 먹었대. 하루는 마천의 내마, 외마 사람들이 그 바위를 옮겨 통행에 지장이 없게 하려고 했어. 장정들이 모여 내일 아침에 옮기기로 약속하면서 이렇게 중얼거렸대. ‘부처님의 신통력이 있으면 이런 정도의 바위는 순식간에 제거해 주겠지’ 내일 아침에 만나기로 하고 헤어졌어. 그런데 다음날 아침에 보니 바위가 밭으로 옮겨졌다는 거야. 다들 깜작 놀라 어리둥절하고 있는데, 어떤 사람이 자정에 영차, 영차하면서 바위를 옮기는 소리를 들었대. 귀신들이 옮겨놓았다는 거야. 그 금대암에서 공부해서 사법고시에 패스한 사람이 많았어. 부처님의 신통력이 있는 암자라고 사람들이 생각하나봐! 나중에 금대암에서 공부해 사법고시에 패스한 사람들이 돈을 모아 암자 아래의 길을 내주고 포장했다고 들었어. "

서명분 할머니의 이야기(강원도 포수 짝 났네)

"사람이 어디 가서 돌아오지 않으면 ‘강원도 포수 짝 났네’라고 말해. 강원도는 산이 깊어 호랑이가 많았어. 한 번은 어떤 포수가 사냥을 하러 들어갔다가 호랑이에게 잡혀 먹혔어. 그 포수의 일곱 살 난 아들이 아버지 원수를 갚으러 간다고 하니, 할머니와 어머니가 ‘아이고! 어린 네가 어디 간다고 그러냐?’하고 국구 말렸어. 하지만 어린 애는 말을 듣지 않고 총을 메고 산중으로 들어갔던 거야. 한참을 가니 호랑이가 사람을 잡아먹고 바위에 웅크리고 앉아 있더래. 그 애가 총을 ‘탕, 탕’ 쏘니, 호랑이가 총에 맞고 나뒹굴더래. 원수를 갚았다고 생각한 그 애는 산중을 내려오는 데, 앞에서 어떤 할머니가 감자를 담은 광주리를 머리에 이고 허겁지겁 오더래. 마침 배가 고팠던 지라 그 애가 ‘할머니 감자 하나 주쇼’라고 말했어. 할머니가 말하길, ‘얘야! 감자 못 준다. 아이고! 우리 영감이 총에 맞아서 감자로 치료해야 해’ 또 한참을 내려가는데 어떤 할머니가 물을 지고 오더래. ‘할머니 물 좀 줘’, ‘아이고! 얘야, 우리 영감이 총맞아 빨리 물을 갖다 주어야 해’ 나중에 알고 보니 호랑이가 할머니로 둔갑해서 총에 맞은 호랑이를 감자로 치료했다는 거야. 그 애가 무사히 집에 오자 할머니와 어머니가 크게 기뻐했대. 이 얘기는 감자의 효능이 그렇게 좋다는 것을 선전하기 위해 나온 것 같아. 또 기다리던 사람이 오지 않으면 ‘강원도 포수 짝 났네’라고 말하는 것이 이 얘기에서 나왔을 거야. "

서명분 할머니의 이야기(노다이 마을 며느리)

"저 장수군 번암에 노다이 마을이 있어. 아랫노다이, 윗노다이 그렇게 부르지. 그 노다이에 부잣집이 있었어. 그 부잣집 며느리가 인심이 후하고 선량했나봐. 한 번은 늘비라는 곳에서 선생 셋이 노다이의 서당으로 왔어. 그런데 세 사람 모두 염병에 걸려서 서당 밖으로 나가지 못 하고 굶주리고 있었어. 마을 사람들 누구도 염병이 자기에게 옮길까봐 무서워 그들이 굶어도 모른 체 했어. 그 사실을 안 부잣집 며느리가 밤에 몰래 죽을 쑤어 서당으로 찾아갔대. ‘내가 웃노다이 안집 대문 집 며느리요, 얼른 이 죽 먹고 나으시오. 내가 다녀갔다는 얘기는 절대 하지 말아요. 시집에서 쫓겨나요.’ 그때만 해도 며느리가 몰래 음식을 만들어 남에게 갖다 주다 들키면 정말 쫓겨날 수도 있었지. 세 선생은 감격의 눈물을 흘리며 죽을 먹었다는 거야. 또 한 번은 꽹과리를 두드리고 다니는 광대 가족 일곱 명이 모두 염병에 걸려서 굶어죽게 생겼더래. 이 사실을 안 그 부잣집 며느리가 쌀 몇 되, 보리 몇 말을 시부모님 몰래 갖다 주었어. 광대 가족은 며느리가 가져다 준 양식으로 가까스로 목숨을 건질 수 있었어. 그런데 하루는 며느리 남편이 어떤 처녀를 겁탈했던 거야. 그 처녀는 수치심을 이기지 못하고 냇가에 몸을 던져 물에 빠져죽었어. 그 처녀의 오빠들이 시신을 수습하여 방에 안치해 놓았대. 그 처녀의 아버지가 소식을 듣고 와서 자식들을 막 나무랐대. ‘야, 이놈들아! 우리가 누구 덕분에 목숨을 부지했는데, 그깟 일로 자살을 해. 어서 당장 시체를 치우지 못해.’ 사실 아버지도 처음에는 자기 딸을 겁탈한 남자를 죽이고 싶었지만, 알고 보니 그 며느리 남편인지라, 어쩔 수 없었던 게지. 부인 덕분에 목숨을 건진 남편이 동네에서 너무 창피하여 장사나 할 요량으로 하동의 늘비장에 갔어. 그곳에서 장사를 하다가 장돌뱅이 한 명을 때려죽인 일이 있었어. 주위 사람들이 흥분하여 그 남편을 잡아가두고 죽일 날짜를 정했대. 얼마 후 장정들이 그를 끌고나와 장터에서 죽이려고 하는데 갑자기 세 선생이 나타나 이렇게 말했대. ‘야, 이놈들아! 우리 셋이 그 아씨 덕분에 살았는데, 그 남편을 죽이려고 하다니, 당장 풀어주어라.’ 그 남편은 그 날로 고향으로 달려와 아내 앞에서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빌었다는 거야. 이 얘기는 덕을 쌓고 인정을 베풀면 죽을 목숨도 구할 수 있다는 거야. "

서명분 할머니의 이야기(두분소 솥단지)

"실상사 스님들에게 들은 얘긴데 마을 앞 개천에 둔부소가 있어. 명주고리 세 개가 들어갈 정도로 깊어. 약사암 스님들이 내려와서 솥단지와 밥그릇을 놓고 염불을 하니 솥단지가 가라앉았대. 지금 둔부소에서 밥그릇과 솥이 나오면 군사들이 밥을 해먹고 금강산을 따라가야 사람들이 산다고 해. 난리가 나면 강원도로 가면 살 수 있대. 날이 가물면 솥전이 빈다고 하는 데 아직 솥전을 못 보았어. 정씨가 임금이 되어야 나라가 잘산다는 거야. "

서명분 할머니의 이야기(치매에 걸린 시어머니 이야기)

"순창에서 실제로 있었던 일인데, 아들과 며느리가 밭일을 하고 돌아왔어. 치매에 걸린 어머니가 하는 말이, ‘아들아! 며느리야! 내가 너희들을 위해서 닭 한 마리 삶아 놓았으니 먹어라.’ 그런데 아들, 며느리가 솥뚜껑을 열어보는 순간 기절을 했더래. 갓난아이를 삶아 놓았던 거야. 세상에! 손자를 닭으로 알고 삶아 놓았으니, 얼마나 기가 막힌 일이야. 아들이 어머니를 당장 어떻게 하고 싶었지만, 그럴 수도 없는 일 아니야? 그러니 노망들면 죽어야 해. "

서명분 할머니의 이야기(보절의 백살 먹은 할머니)

" 며느리가 해준 얘기인데 저 보절에 백 살 먹은 할머니가 살았대. 그 할머니도 노망이 들었어. 그래서 시도 때도 없이 아들, 며느리에게 먹을 것을 달라고 졸랐대. 새벽에도 툭하면 먹을 것을 달라고 했는데, 아들, 며느리는 싫은 내색 한 번도 하지 않고 어머니의 시중을 들었다는 거야. 사실 그 할매가 난 아들도 아니었대. 그런데도 나중에 할매가 죽으니 아들, 며느리가 통곡을 하더래. 요즘 세상에 그런 효자도 있나봐! "

서명분 할머니의 이야기(왜정 때 술 담근 이야기)

"왜정 때는 양식이 사람 목숨처럼 귀하여 집에서 어디 술을 담아먹을 수 있었나! 집에서 누룩만 나와도 벌금내고 징역가고 그랬어. 찹쌀로 고두밥을 찌고 누룩을 석어야 돼. 첫날 저녁 잘 해야 해. 덮개를 야물게 덮어야 해. 볼그락 볼그락 거품이 일어나면 위를 잘 뚫어 놓아야 해. 여름보다도 겨울에 술 담기가 좋아. 겨울에는 얼면 큰일이야. 술을 담그다 일본 순사놈한테 들키면 맞아죽어. 칼, 몽둥이차고 다녔지. 한 번은 우리 할매가 누룩을 숨기고 있다가 그만 조선인 순사에게 걸렸다네. 순사가 눈을 부라리며 화를 내자, 할매가 약을 해먹으려고 그랬다고 변명했대. 그 순사가 하는 말이, ‘당장 고리짝에 버려라!’ 그런데 할머니가 마당을 둘러보아도 고리짝이 없더래. 그래서 ‘아이고! 고리짝이 없어서 못 버렸소.’라고 대꾸했대. 사실 순사가 골짜기에 버리라고 한 말인데, 할매가 골짜기를 고리짝으로 잘못 알아들은 게야. 아무튼 그 일은 별 문제없이 넘어갔나봐! "

서명분 할머니의 이야기(직접 본 귀신)

"나는 직접 귀신을 보았어. 열 살 때 몸이 아팠는데 어머니가 한약을 달여 먹으라고 했어. 약이 어찌나 쓰던지 먹지 않으니, 어머니가 화가 나서 나를 문밖으로 내쫓았어. 마침 밤중이라 무서워 울고 있는데 저 담벼락 밑에서 작은 귀신이 아장 아장 기어 나오는 거야. 너무 놀라 어머니에게 문을 열어 달라고 소리쳤어. 약을 나락섬에 몰래 버리고 약을 다 먹었다고 거짓말을 하니 어머니가 문을 열어주었어. 나중에 아버지에게 그 귀신 본 얘기를 하니, 홍역을 앓다 죽은 어린애 귀신이라고 하더구먼. "

서명분 할머니의 이야기(호랑이)

"내가 어릴 때만 해도 마천에 호랑이가 살았어. 사월초닷세날 이웃 할머니와 함께 나물을 캐러갔는데, 점심 때 큰 고양이만한 게 골짜기에 웅크리고 앉아 있었어. 내가 ‘할머니 저거 호랑이 아녀?’하고 물어보니, 할머니가 ‘저건 호랑이가 아니고 담보야.’라고 말하대. 색깔이 노랗고 주둥이가 길게 생겼어. 담보는 진주 대원사에서 보았어. 젊어서 조선 팔도를 다 돌아다녔어. 갓재에서 호랑이를 보았는데, 호랑이가 바위 위에 앉아서 사람을 빤히 쳐다보고 있더라고. 호랑이는 산신령이야. 동네 젊은 사람들이 장두칼로 호랑이를 잡는다고 야단을 떨었는데, 호랑이가 논두렁에서 불을 켜고 있더라. 해코지를 안 하면 호랑이는 절대 사람을 안 해쳐. 귀신같이 알아! 자기를 해코지할 사람을. 자기를 잡으려고 하면 호랑이가 알아, 정말 귀신같이 알아. 옛날에 아들이 똥을 싸면 개를 부르잖아. 개가 똥을 먹어치우니까. 한 번은 밤에 개가 안 나오더래. 장독을 보니 호랑이가 눈에 불을 켜고 있더래. 호랑이는 땅에 떨어진 짐승은 절대 안 먹어. 또 고무신 때우는 수리공이 마천에 살았는데 장에서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데 뒤에서 호랑이가 졸졸 따라오더래. 산적도 많고 도둑도 많아 번 돈을 빼앗길까봐 걱정했는데 호랑이가 뒤에서 따라오니 도둑이 접근하지 못한 거야. 호랑이가 매번 집까지 바래다준 거야. 그 사람이 너무 고마워 호랑이에게 돼지고기를 던져주었대. 나중에는 친구처럼 지냈다고 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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