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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 신앙 이전항목 다음항목
메타데이터
항목 ID GC08001091
한자 家庭信仰
분야 생활·민속/민속
유형 개념 용어/개념 용어(일반)
지역 전라북도 부안군
시대 현대/현대
집필자 이상훈

[정의]

전라북도 부안 지역에서 집안을 지켜 주는 신에게 가정의 평안과 무사를 기원하는 신앙.

[개설]

가정 신앙 은 가내의 요소마다 신이 존재하면서 집안을 보살펴 준다고 믿고, 그 신에게 정기적 또는 필요에 따라 행하는 의례이다. 가정 신앙은 ‘집’이라는 공간 안에서 여성이 중심이 되어 이루어진다. 구체적으로 부녀자인 할머니·어머니·며느리 등이 집안 곳곳에 좌정한 가신(家神)에게 제사나 고사, 굿 등을 통하여 집안의 평안과 가족의 운수를 기원한다. 가신에 대한 제례는 대체로 농업 주기에 맞추어져 있으며, 가정 신앙으로 모시는 가신은 집집마다 혹은 지역마다 다양하다.

부안군에서는 성주를 비롯하여 조상·삼신·조왕·철륭·칠성·지신·업·영등·문신·측신 등을 모셨다. 지금은 이러한 가신을 모시는 가정이 흔치 않지만, 예전에는 정성을 다해 모셨다. 이러한 가신들의 공통점은 집 안의 정해진 공간에서 모셔진다는 점이다. 마루나 안방에는 성주·조상을 모시고 안방이나 작은방에는 삼신을 모신다. 그리고 부엌에는 조왕과 영등, 마당이나 장독대에는 칠성과 철륭, 집 뒤꼍에는 철륭, 문에는 문신, 뒷간에는 측신, 외양간에는 외양간신, 집 안 보이지 않는 곳에는 업을 각각 모신다. 이러한 신들에게 올리는 의례의 기본적인 목적은 가정 행운·장수·기자·무병·풍농·풍어 등이다.

[유형]

1. 성주

가정 신앙 의 대표적인 신격은 당연히 성주를 꼽는다. 성주는 집을 지켜 주는 신으로 집안의 제일 큰 신이라 믿는다. 그래서 집이 있으면 으레 성주가 있는 것으로 인식하며, 이에 대한 신심 역시 강한 편이다. 성주는 과거뿐만 아니라 오늘날에도 비교적 정성스럽게 모시고 있다.

전라북도 부안군 백산면 덕신리 원덕신마을에서 성주는 집안에서 가장 위에 있는 신으로 집안의 대주인 남편과 같은 것으로 받아들인다. 그래서 성주를 모시는 것은 보통 집안의 대주인 남편을 위해 모시거나 지신(地神)을 위해 모시는 것이라 말하기도 한다. 성주를 모실 때도 삼신앙 단지를 모시듯이 성주를 단지에 모시며, 새로 일 년 농사를 지으면 그해 나온 쌀을 찧어서 단지 속의 쌀을 갈아준다. 계화면 계화리 계상마을에서는 조상은 돌아가신 조상을 말한다. 보통 단지 형태로 조상을 모시는데 이것을 ‘조상 단지’ 혹은 ‘성주 단지’라고도 한다. 단지 속에는 정월에 넣어둔 쌀이 가득 들어있었다고 한다. 매년 정월이 되면 좋은 날을 받아 새 쌀로 갈아주었다. 만약 쌀이 오래되어 노래지[벌레]가 생겼다면 깨끗한 곳에 버렸다. 행안면 신기리 신월마을에서는 상량하는 날이면 상주들이 입는 옷과 삼베를 걸어 놓고 이것저것 음식을 걸게 장만하여 마을 사람들을 불러서 마을 잔치를 한다. 이때 상주들이 입는 옷을 걸어 놓는 것은 일종의 ‘액막이’로 앞으로 이 집에 살 사람들이 초상난 곳이나 궂은 곳에 가더라도 어떠한 흠도 없으라는 의미에서 걸어 놓는다고 한다.

2. 조상

조상은 말 그대로 돌아가신 조상을 말하는데, 집안에서 부녀자들이 주축이 되어 조상을 신앙 대상으로 위한다. 조상은 쌀을 담은 단지를 신체(神體)로 하여 모시는데, 부르는 명칭은 지역에 따라 혹은 제보자에 따라 다르다. 대체로 ‘조상 단지’, ‘지앙 단지’, ‘삼신앙 단지’, ‘성주 단지’, ‘시주 단지’ 등으로 부른다.

계화면 계화리 계상마을에서는 조상 단지를 ‘성주 단지’라 부르는데, 성주 단지는 안방 한구석 성주 위에 판자를 만들어서 그 위에 올려놓는다고 한다. 백산면 덕신리 원덕신마을 김순례의 경우 조상 단지를 ‘삼신앙 단지’라 부르는데, 애초에 시어머니가 모시던 것을 시집오면서 물려받았다고 한다. 제보자의 시어머니는 처음부터 삼신앙 단지를 모시지 않았으나 집안에 좋지 않은 일이 생기면서 모시게 되었다고 한다.

3. 조왕

조왕은 부엌에서 모시는 신으로 불의 신이라고도 한다. 오늘날 조왕은 집안 살림살이를 도맡아 하는 여성들이 모시며, 부엌에서도 솥이 걸린 부뚜막 위에 조그마한 단을 만들어 그 위에 물 한 그릇을 올리는 것이 일반적인 모습이다.

백산면 덕신리 원덕신마을 역시 위와 비슷한데 조왕 그릇은 조그마한 투가리를 장만해서 사용하며, 부뚜막 위에 못을 박고 그 위에 조왕 그릇을 올려놓는다. 투가리 외에도 오목하게 생긴 하얀 오목 중발을 조왕 그릇으로 사용하는데 조왕에 물을 떠놓기 좋을 만한 크기라면 어떤 그릇이라도 괜찮다고 한다. 행안면 신기리 신월마을에서는 조왕에 공을 드릴 때 조그마한 조왕 그릇을 마련하여 물을 떠놓는 것으로 모셨다.

4. 삼신

삼신은 자손을 점지해 주며 아이와 산모의 건강까지를 관장하는 신으로 산속과 밀접한 관련을 보인다. 전라북도 지역에서는 삼신을 ‘지앙’, ‘삼시랑’, ‘삼시랑 할머니’ 등으로 부르고 있다.

계화면 계화리 계상마을에서는 아이를 낳으면 일곱 이레가 되도록 삼신상을 차려준다. 이때 삼신에게 차리는 상은 ‘삼신상’ 또는 ‘지앙상’이라고 한다.

5. 철륭

철륭은 집터를 관장하는 신으로 지신의 성격과 혼용된다. 흔히 집 뒤안을 철륭이라 이른다. 옛말에 “집안 신 중에서 뒤안이 가장 세다”고 하여 잘 모시라는 말이 있다고 한다. 계화면 계화리 계상마을의 주민 이순애는 아들 둘을 위해 동우를 두 개를 마련하여 철륭공을 드렸다고 한다. 항아리 가득 깨끗한 물을 넣어 철륭에 놓아두었으며, 뚜껑을 잘 덮어 두기 때문에 물이 더러워지는 일은 없다고 한다. 이렇게 철륭에 공을 들이는 것은 자식, 특히 아들들이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라고 한다. 백산면 덕신리 원덕신마을에서는 철륭에 따로 공을 들이는 일은 없지만, 명절이 되면 철륭밥을 차려 놓기도 한다. 행안면 신기리 신월마을에서는 철륭에 따로 비손하는 일은 없지만, 명절이 되면 철륭 앞에 준비한 음식을 차려 놓는데 집안에 따라 상 위에 갖가지 음식을 차려 놓거나 쟁반 위에 간단히 차려 놓기도 한다. 철륭에 상을 차릴 때는 성주와 조상상을 모두 차리고 나서 그 다음에 상을 차린다.

6. 칠성

칠성은 북두칠성을 신격화한 것으로 가족들의 수명장수와 무병을 관장하는 신이다.

계화면 계화리 계상마을에서는 매년 7월 칠석이 돌아오면 칠성을 모셨다. 상을 걸게 차리지는 않고 개떡이나 밥·나물 등을 해서 차려 놓는 정도였다. 백산면 덕신리 원덕신마을에서는 하늘에 별이 일곱 개가 있는데 예전에 어른들 말씀이 “달이 어머니고 별들이 자식들”이라고 하였다고 한다. 칠성에 공을 들일 때는 일반적으로 칠월 칠석에 하기도 하고, 또 날을 받아서 칠성 잔치를 하기도 한다.

7. 업

업은 재복(財福)을 관장하는 가신이다. 업은 전국적으로 모시고 있어서 보편적인 가신으로 인식된다.

계화면 계화리 계상마을에서는 업은 사람 눈에 보이지 않을 뿐 집집마다 다 있다고 믿는다. 그런데 그 집안이 망하려고 하면 업이 나와서 돌아다닌다고 한다. 망하지 않을 집에서는 절대로 업이 보이는 경우가 없다는 것이다. 백산면 덕신리 원덕신마을에서는 업을 맞아들여야 집안에 재물이 많아져서 업 맞이를 많이 했다고 한다. 업을 맞아들이기 위해서는 업이 살 수 있는 업집을 따로 마련해 주는데, 짚으로 만들어서 좋은 장소에 놓아두고 주인이 자주 가서 다독여 줘야 한다. 업을 위해 모시는 집이기 때문에 그 앞에는 항상 밥을 가져다 놓는데, 집안에 안 좋은 일이 있으려면 업은 이제는 버티지 않고 나가 버린다고 한다.

8. 영등

영등 은 바람의 신이다. 영등은 2월이 되면 하늘에서 내려왔다가 올라가는 신으로, 비교적 까다롭고 무서운 신으로 인식되고 있다. 영등을 ‘영등할머니’, ‘영등할매각시’, ‘이월할마니’ 등으로 부르고 있는데, 부르는 이름으로 보아 여신임을 알 수 있다.

계화면 계화리 계상마을에서는 2월 초하루를 ‘영등할매날’이라 부른다. 영등달에는 바람 불고 비가 오는 현상에 따라 ‘바람 영등’ 혹은 ‘불 영등’, ‘물 영등’ 내린다는 말이 있다. 영등이 내리는 2월 초하루에 바람이 불면 한 해 동안 바람만 불고, 볕이 나면 한 해 동안 볕이 나는 불 영등이며, 따뜻하고 비가 오면 물 영등이라고 해서 한 해 동안 비가 내린다고 한다. 이 셋 중에 불 영등이 따뜻하고 좋다고 한다. 백산면 덕신리 원덕신마을에서는 영등날이 되면 콩을 볶아 먹으면서 한 해 동안 벌레가 생기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맥이를 한다. 이렇게 하면 벌레도 생기지 않을뿐더러 집안이 좋아진다고 한다. 행안면 신기리 신월마을에서는 콩을 볶아 먹는 것 외에 영등날이 되면 사모관대를 세 번 쓴 집에서 지은 보리를 베어다가 떡을 해 먹으면 좋다고 해서 떡을 해 먹는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 집의 보리는 영등날이 지나면 마을 사람들이 남김없이 다 캐 가버린다고 한다.

9. 지신

지신은 집터를 관장하는 신이다. 부안에서는 지신에게 매일 혹은 정기적으로 공들이는 대신에 매년 정월이 되면 땅을 돋우고 독경을 하는 것으로 지신을 위해 준다고 한다. 계화면 계화리 계상마을의 경우 집을 지으려면 맥이를 해서 지신을 달래주었다고 한다. 맥이를 할 때는 보통 걸굿을 치는데 마당 ‘네 구석탱이’를 돌아다니며 “땅도 땅도 네 구석이다.”라고 하면서 사물을 치고 돌아다닌다. 백산면 덕신리 원덕신마을에서는 지신은 정월 대보름이나 8월 추석 등 명절이 되면 마루 구석에 지신 밥을 차려 놓지만 제사 때는 따로 하지 않는다.

10. 문신

안방·부엌·장독대 등의 집 안 곳곳에 신이 있듯이 문에도 신이 있다 하는데, 이것을 문신이라 한다. 가신처럼 상을 차려서 공을 들이지 않고 대신에 제사를 지낸 다음 문밖에 물밥을 차려 놓는 정도이다. 이외에 입춘이 되면 문 위에 ‘입춘대길(立春大吉)’이라고 쓰여 있는 입춘축을 붙여 놓는다.

11. 측신

측신은 변소[측간]에 있는 신을 지칭한 것으로 지역에 따라 ‘측간귀신’ ‘뒤간귀신’ 등으로 부른다. 백산면 덕신리 원덕신마을에서는 갓난아이를 데리고 외출을 하려고 하면 반드시 변소 앞에서 절을 하고 가고, 또 돌아와서도 절을 시켰다고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측신이 질투를 해서 아이가 아파서 아이들의 건강을 위해 절을 하게 시켰다. 또 사주를 봐서 좋지 않다고 하는 아이들은 반드시 측신에 절을 시켰다고 한다.

가정 신앙 은 집안 곳곳에 있는 다양한 신들에게 행하는 일련의 의례 행위로 농경신에게 풍년을 기원하고 감사의 뜻을 순환적으로 반복한 농경 신앙에 기원을 두고 있다. 그러다 농경신에 대한 제의가 시대를 거치면서 여성에 의해 지속성을 띠게 되고 현실성을 수반하면서 실생활과 밀접한 기원 형태인 가정 행운·장수·기자·무병 등의 구복적인 기원의 형태로 점차 변화한 것으로 생각된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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