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430000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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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야 | 문화·교육/문화·예술 |
유형 | 개념 용어/개념 용어(기획) |
지역 | 경기도 양주시 |
집필자 | 한정수 |
[개설]
축제는 지역 전통을 매개로 지역민들이 화합을 이루어 재액(災厄)을 물리치고 소원을 성취하기 위해 제사, 음악, 춤, 문학 등등 다양한 주제로 행하는 주기적 행사이다. 양주시에는 이와 관련하여 많은 축제들이 행해지고 있다. 예컨대, 양주 무형 문화제 축제·장흥 문화 예술 체험 축제·양주 세계 호박 축제·맹골 매화꽃 축제·감악 문화 축제·백석 하얀돌 허수아비 축제·양주골 한우 축제·기산유원지 한마당 축제·양주 어린이 축제·양주 문화제·정월대보름 축제·여름 향기·김삿갓 예술 축제·김삿갓배 바둑 대회·양주시 청소년 종합 예술제·양주골 국서당 당산굿 및 불곡산 산신대제 등등이 있다.
[잔치를 즐겨라]
양주시는 도농 복합 도시이다. 농촌과 산촌이 많은 지역이면서도 첨단 신도시가 개발되고 있다. 문화 전통은 보존과 개발이라는 지점에서 불협화음을 낼 수 있다. 그런데 묘하게도 양주시는 그러한 우려를 불식시키고 있다. 어디서 그런 힘이 나는 것일까? 사람들이 사는 곳은 비슷한 양상이다. 서로 다른 사람들이 모여 살지만 어울림이 있다. 그런 어울림 속에서 ‘우리는 같은 동네 사람이야!’라는 정체성을 갖는다. 그것을 만들어 주는 직접적인 계기는 아무래도 잔치이지 싶다. 모든 희로애락이 모아져 융해되는 용광로인 것이다.
양주시의 잔치는 많다. 전통적으로 계승되는 것도 있고, 지역 경제 발전과 주민 화합 등을 위해 조성한 것도 있다. 때로는 한 단체에서 특정 목적으로 여는 것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 잔치는 양주시를 하나로 만든다. 그런 잔치를 즐기기 위한 원칙은 없을까? 왜 없겠는가?
첫째, 잔치는 즐기는 것이다. 둘째, 맛있게 먹는 것이다. 셋째 재미있게 노는 것이다. 넷째, 추억을 만드는 것이다. 다섯째, 제 때에 찾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여섯째, 가능한 한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이다. 일곱째, 사진으로 담는 것이다. 여덟째, 감상문을 남기는 것이다. 아홉째, 사람들과 잔치를 공유하는 것이다. 열째, 다른 잔치와 비교해 보는 것이다. 이것을 잔치 즐기기 십계명이라 부르자면 그럴 수도 있겠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을 무시하고서라도 가져야 하는 것이 있다. 하늘과 사람과 땅에 대한 감사와 공경의 마음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 양주 놀이 축제, 잔치 구경을 하러 갈 기본 준비는 된 셈이다. 사계절 축제의 열기 속으로 이제 들어가 보자.
[겨울의 열기]
한 해가 저물어 간다. 그러면 새해가 밝아올 것이다. 양주시에서의 새해맞이는 어떻게 시작될까? 묘하게도 사람들은 세상에서 가장 빨리 일출을 보고 싶어 한다. 새로운 다짐과 소원을 빌기 위해. 또 새해 첫날부터 부지런을 떨었으니 1년 내내 건강하고 성과가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양주의 진산은 해발 고도 468.7m의 불곡산이다. 양주시 새해 첫 함성은 바로 불곡산에 오르면서 터져 나온다. 그 함성이 메아리 칠 때 새로운 한해가 열리는 것이다.
불곡산을 오르며 신년 햇살에 데워진 열기는 정월 대보름을 맞이할 때 차갑고도 환한 보름달 아래에서 차가워진다. 차갑다기보다는 차분해진다. 그러나 이내 정월 대보름맞이 고유 민속놀이 한마당 농악 소리, “윷이요” 하는 윷놀이 소리, “아~싸 들어갔네” 하는 투호 소리, 1001, 1002 세는 제기차기 소리로 양주 시내는 들썩거린다. 아이들도 팽이 돌리기, 연날리기 하느라 정신없다. 한쪽에서는 달집을 만들고 거기에 소원 쓰기 종이를 건다. 달님에게 빌기 위해서다. 보름달 아래 환했던 저녁이었지만 달집태우기를 하니 그 불빛은 더욱 밝은 듯하다. 그 아래서 사람들은 부럼도 먹고, 더위도 팔고, 달빛 막걸리도 마신다. 그렇게 대보름 놀이마당이 끝난다. 하지만 겨울의 맛은 아무래도 얼음을 느껴야 제 맛이다.
양주시 장흥면 석현리 장흥관광지와 양주골 한우마을에서 2006년에 벌인 양주골 얼음 축제가 있었다. 초대형 대장금 얼음 궁궐로 유명했는데, 5년이 지난 2012년 겨울에는 더 이상 즐길 수 없는 축제로 남아 있다. 하지만 그 여운이 겨울의 장흥에 고드름으로는 남아 있는 듯하다. 그러면, 장소를 옮겨 양주시 남면 황방리 초록지기마을에서의 얼음탑 축제로 가보자. 축제라고까지 하기에는 규모가 작을 수밖에 없지만 대신 알콩달콩한 얼음산, 얼음탑을 우리가 직접 만들 수 있다. 양주시 남면 매곡리 맹골마을에서는 음력 2월 초이튿날 산신에게 풍년과 무병장수를 위한 산신제를 올린다. 그 사이 겨울의 열기는 호호 손을 불어갈 때 더욱 덥혀지고 봄은 어느덧 성큼 다가오기 시작한다.
[봄의 전령과 놀기]
양주에서 봄을 맞는 것은 특별하다. 그러한 특별함을 먼저 느끼게 해주는 꽃이 있기 때문이다. 4월 중순이 넘어가면 양주시 남면 매곡리 맹골마을은 환해진다. 매화가 가득해져서이다. 맹골마을 사람들, 이걸 그냥 혼자 즐기지는 않는다. 수원 백씨 양반 문화의 전통이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매화꽃 큰잔치가 열린다. 2011년 4월 24일 3회째를 열었다. 어린이들이 갖가지 체험을 하면서 더 많이 즐긴다. 그런 귀여운 모습을 보면 마음이 더 즐거워진다. 매화꽃보다 아이들이 더 이쁘다.
매화가 질 무렵 양주시 불곡산 자락은 요란스러워진다. 5월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양주시에서의 5월은 축제의 달이다. 5월을 여는 소리가 공연을 통해 들린다. 5월 1일 「양주 상여와 회다지 소리」, 5월 5일 양주별산대놀이 한마당, 5월 7일 양주농악 한마당 및 울타리 음악회, 양주소놀이굿 등 양주시를 대표하는 4대 무형 무화재가 한꺼번에 놀이마당을 연다. 게다가 여기에는 어린이날과 어버이날이 있다. 부모들은 5월을 무서워한다. 지출해야 할 데가 많아져서이다. 그렇다고 울상과 짜증을 낼 일이 아니다. 기꺼이 지갑을 연다. 대신 받는 것은 카네이션 한 송이이다. 그래도 좋다. 나도 어렸을 땐 그랬으니까.
늙으신 부모님, 처가 부모님들 모시고 어디 가서 한적하게 있으면서 맛있고 값싼 것을 먹어야 한다. 어디로 가야 할까? 그 고민을 해결할 해결사가 있다. 양주시의 떠오르는 호수와 유원지가 있는 곳! 그렇다. 저수지와 산, 음식점이 즐비한 기산유원지이다. 여기서 한마당 축제를 벌인 것이다.[2005. 5. 22] 여기에는 양주 한우골 축제도 함께 이루어졌다. 싸고 맛있게 한우를 즐기면서 축제도 즐길 수 있다. 부모님들도 아이들도 다들 좋아한다.
그렇게 5월이 정신없이 지나가는 듯한데, 아이들이 삼삼오오 몰려 나간다. 어디로 가는 걸까? 제법 밴드도 마련하고, 스피커하고 단상도 다 갖춰 놓았다. 청소년 문화 축제가 열린단다. 그러고 보니 앳되고 여드름 숭숭한 초·중·고등학생들이 비보이도 하고 밴드 음악도 한다. 훗날 ‘나는 가수다’에 나가려는지 엄청난 고음을 뽐낸다. 아이들은 역시 아이들이다. 어른들이 없으면 지들끼리 저렇게 신이 나는 것 같다. 그렇게 가정의 달을 정신없이 보내다 보니 어느 사이 5월 끝자락이다.
[여름의 향기]
더위가 시작된다. 여름이다. 여름을 여는 소리는 빗소리처럼 커진다. 비 내린 양주에는 향기가 있다. 그런 향기를 담아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 양주지부에서 주관하는 페스티벌 ‘여름 향기’[제6회, 2011. 5. 28]가 열린다. 양주 불곡산 아래에서 다시금 큰 잔치가 열린 것이다. 양주 김삿갓 문학 대회와 더불어 개최한다. 김삿갓의 시향(詩香)이 묻어 있는 듯하다. 그만큼의 풍류와 끼가 노래로, 춤으로, 음악으로, 악기로 앙상블을 이룬다. 양주의 여름은 산과 계곡, 저수지와 호수, 맛집과 카페, 다양한 문화 예술이 있는 휴식 공간이 있어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 굳이 축제라 하지 않아도 매일 축제처럼 사람들이 모인다. 하지만 축제는 축제로서의 맛이 있는 법이다.
양주시의 진산은 불곡산이다. 그런데 사실 불곡산보다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진 산이 있다. 감악산이다. 감악산은 경기오악의 하나로 일컬어질 만큼 험악하다. 그만큼 또 영험하다. 영산(靈山)인 것이다. 이 산을 기리기 위해 시작된 것이 남면 주민들이 여는 감악 문화 축제이다.[제7회 2011. 6. 12] 여기에는 군악대와 농악이 어우러지는 시가 퍼레이드도 있다. 그런데 신산체육공원 행사장에 가보니 초청된 사회자 빼고는 알만한 얼굴이 없다.
프로그램을 보니 그럴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남면주민자치위원회에서 순수하게 주민들과 함께 준비하기 때문이란다. 주민들이 1년간 준비한 농악과 요가댄스, 밸리댄스, 합기도, 태권도, 국악 등의 공연이 이어진다. 여기에 양주윈드오케스트라나 「양주 들노래」, 양주소놀이굿 공연이 맛을 더해준다. 그래도 잔치하면 먹을 게 많아야 좋다. 마을 주민들은 정말 배터지게 먹어도 남을 만큼의 먹거리를 준비해 놓았다. 그게 정이라 하면서. 밤에는 신명나게 놀면서 불꽃놀이도 할 수 있다.
소박함이 있는 감악 문화 축제가 감악산 자락에서 열리고 있다면 양주시 장흥면 석현리에서는 그와 달리 뭔가 예술성을 강조하는 축제를 준비하고 있다. 바로 장흥 문화 예술 체험 축제이다.[제6회, 2010. 6. 12~13] 장흥은 2008년 양주 장흥 문화 예술 체험 특구로 지정되었다. 경기 북부의 대표적 문화 예술 공간을 조성한 것이다. 문화 예술은 사람들이 즐겨줘야 한다. 사람들이 오지 않는 예술 공간이란 의미가 없다. 물론 장흥을 찾는 관광객들은 많다. 그래도 사람이 많으면 그걸 보고 사람들이 더 찾는 경향도 있다.
장흥아트밸리, 장흥조각공원, 청암민속박물관, 장흥자생수목원, 송암스페이스센터 등이 자발적으로 참여하여 다양한 이벤트와 공연 등이 마련되어 흥을 돋운다. 여기에는 인기 가수들의 축하 무대와 함께 장흥의 대표적 동아리 공연, 관광객의 즉석 장기자랑 등이 어우러진다. 축제하면 ‘먹고 마시고 놀자’이다. 하지만 ‘누구와 함께냐’가 중요하다. 연인이면 좋겠다 싶지만 가족이 같이 자리해도 좋다. 그런데 축제 사회자가 제안을 한다. ‘주름만큼은 내가 최고’, ‘장흥 골든벨을 울려라’ 등이 있단다. 어릴 때부터 애늙은이 소리 들었던 것이 이때만은 좋아라 여겨진다. 이날만큼은 장흥의 신선한 공기를 맡으며 즐겨도 좋을 성 싶다. 장흥의 밤이 안개와 함께 걷히고 새날이 열린다.
[가을의 추억 만들기]
양주의 가을은 밤이 무르익는다. 양주 밤은 진상품이었다. 그런 밤이었건만 이제는 많지 않다. 다시 식재하느라 바쁘다. 가을로 접어들었다. 가을은 추수와 감사의 계절이다. 그만큼 잔치도 많다. 먹을 것도 풍성하다. 가을 햇살에 얼굴도 금방 까매진다. 그런 가을 하늘 아래 양주에서는 풍성한 수확에 감사하는 놀이마당을 연다. 단순히 보고 즐기는 것이 아닌 다채롭게 참여하고 경험하면서 작품도 만들어 보는 시간이 많다. 양주별산대놀이마당에서 열린 제2회 양주 김삿갓 예술제[2011. 9. 3]가 그 중 하나이다.
김삿갓은 전국 방방곡곡을 돌아다닌 풍류 시인이다. 아픔과 비극을 승화시킨 대표적 인물이기도 하다. 그를 기리면서 그의 문학 정신을 계승하고 예술혼을 되살리기 위해 다채로운 볼거리와 체험 행사가 있는 것이다. 명목상으로는 2회이지만 양주 문화 예술제의 또 다른 변신이라 할 만큼 다양한 내용이 담겨 있다. 프로그램을 보자. 먼저 식전 행사가 주목된다. 양주백석고등학교의 「양주 들노래」 공연을 시작으로 대한민국 국전 작가 대형 휘호 퍼포먼스와 미술협회와 문인협회 작품 전시회가 열린다. 심포니오케스트라와 아름다운 성악의 소리가 양주골에 울려퍼진다. 그렇지만 하이라이트는 따로 있다. 김삿갓 소리극과 양주시 국악단 해경, 국악 공연이 같이 어우러지는 것이다. 그것은 덩실덩실 춤추지 않아도 감동을 준다.
가을의 양주는 빛이 조화롭다. 그 조화로움에 음악을 얹고 추억을 만들어주는 축제도 있다. 필룩스조명박물관이 중심이 되어 여는 필룩스 음악회 ‘빛과 추억의 만남’이다.[제7회, 2011년 9월 7일] 가을밤을 수놓는 빛과 소리, 그 속에서 어깨를 기대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여기에 있다.
양주의 가을 축제에는 넘침도 있지만 아쉬움도 있다. 축제가 명멸하고 있는 것이다. 13회나 이어온 양주 문화 축제에는 음식 문화 축제, 시민 체육 대회, 체험 행사 등이 결합되어 있던 대표적 축제였다. 그러나 어느 사이엔가 자취를 감추고 있다. 하지만 양주시에서는 2012년에 새로 양주시를 대표하는 한바탕 놀이마당 축제를 통해 선뵈겠다고 한다. 아쉬움이 조금은 달래질지 모르겠다.
가을이 오면 농촌의 상징이 떠올려진다. 바로 허수아비이다. 양주시 남면 황방리 초록지기마을에서는 9월에서 10월 중순에 걸쳐 아이들을 중심으로 허수아비를 만들고 들판과 마을에 세운다. 내가 만든 허수아비가 들녘을 지키고 있다 생각하면 괜한 뿌듯함이 생길 듯하다. 가을의 모서리를 돌아가는 추억이 될 것이다.
풍성한 가을에 떠오르는 또 하나가 있다. 노랗게 누렇게 익어가는 호박이다. 신데렐라의 꽃마차가 떠올려진다. 과연 그렇게 변할 수 있을까, 호박은? 제1회 세계 호박 대축제[2010. 10. 8~11. 30]를 통해 양주시에서는 가능성을 실제로 보여주었다. 요정의 호박모자 하나 눌러쓰니 요정이 된 듯하다. 그리고 호박들은 어느 사이엔가 요정이 된 나의 지팡이에 의해 각양각색의 모습으로 변신하고 있었다.
[놀이마당을 나오며]
한바탕 웃음으로 지워야 하기엔 추억이 쌓여 있다. 더 이상 축제는 열리지 않는다. 그렇지만 내일이면 다른 축제가 기다리고 있다. 아쉬움이 남는다. 신나는 놀이 한마당 뒤에 남은 쓸쓸함. 그것도 곧 잊혀지리라. 하지만 축제에는 전통이라는 세월의 무게가 실려 있다. 사람들의 마음을 채워 주는 것, 그것은 ‘우리의 것’이 있다는 자긍심이다. 그런 것이 있기에 자신 있게 보여 주고 말할 수 있다. 다른 것과 비교할 수도 있다. 그러지 못하는 데에는 하늘과 사람과 땅에 대한 감사와 공경의 마음, 그것이 부족한 것은 아닌가 싶다.
사람을 어우러지게 만드는 ‘화(和)’, 그 글자에 담긴 뜻을 보자. 마음과 몸이 모두 배불러야 가능해지는 글자라 하겠다. 새롭게 선을 보여주고 있는 ‘들판 파티’[연 2회]가 선보이고 있다. 소규모이지만 자족하고 즐길 수 있는 그런 축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과연 이후 또 다른 신나는 놀이 한마당, 어떻게 시작될까? 다음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