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200073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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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 山神祭 |
영어음역 | Sansinje |
영어의미역 | Ritual to the Mountain Spirit |
이칭/별칭 | 산제 |
분야 | 생활·민속/민속 |
유형 | 개념 용어/개념 용어(일반) |
지역 | 충청남도 논산시 |
시대 | 현대/현대 |
집필자 | 강성복 |
[정의]
충청남도 논산 지역에서 정월 대보름이나 시월 상달에 산신을 모시고 드리는 마을 제사.
[개설]
산신제는 산악 숭배의 전통을 잇는 대표적인 마을 신앙의 하나이다. 건국신화에 녹아 있는 천신강림(天神降臨)의 우주관이나 고대의 제천의례(祭天儀禮)에서 잘 드러나듯이 산신 신앙은 천신 숭배에 뿌리를 두고 있다. 또한 신라의 삼산오악(三山五嶽)이나 백제의 삼산신앙(三山信仰), 그리고 고구려의 산천제(山川祭) 등에 나타난 것처럼 산신에 대한 숭배는 농신제(農神祭)와 더불어 국가의 중요한 행사였다. 이러한 전통은 고려와 조선시대로 이어졌으며, 일찍이 마을 단위의 동제(洞祭)로 용해되어 오늘날까지 도도한 맥을 전하고 있다.
충청남도 지역에서 전승되는 산신제는 새해맞이 의식으로 치제되는 ‘신년의례(新年儀禮)’와 추수감사의 성격을 띤 ‘풍농의례(豐農儀禮)’로 구분할 수 있다. 전자가 정월 초에서 대보름 사이에 제일(祭日)이 집중되어 있다면, 후자는 가을걷이를 마친 시월상달이나 혹은 동짓달에 제를 거행하는 것이 특징이다. 논산 지역의 경우 지금까지 보고된 자료에 의하면 시월의 산신제는 극히 드물고, 대부분 새해를 맞이하여 마을의 안녕을 축원하는 신년제(新年祭)의 성격이 짙다.
[신당]
논산 지역에서 전승되는 산신제는 상월·양촌·연산·벌곡면 등 산간지대의 여러 마을에 주로 분포하고 있다. 산신이 좌정한 산제당은 마을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주산(主山)의 산 중턱에 위치한다. 물론 일부 마을에서는 특별한 제당이 없이 단지 마을 앞 삼거리나 신목에 산신제를 지내는 사례도 없지 않다. 그러나 대부분의 마을에서는 뒷산에 당집을 마련하여 산신을 모시거나 해묵은 고목 아래 제단을 마련하여 산신제를 지내고 있다.
논산 지역의 마을신앙은 상당(上堂)과 하당(下堂)으로 구성된다. 즉 상당이 마을에서 지고의 신격으로 숭배되는 산신을 모신 공간이라면, 하당은 마을 입구에 위치하여 거리신[路神]으로 치성을 받는 장승·솟대·탑·선돌·신목 등이 복합된 성역을 이루는 것이 특징이다. 따라서 여느 지역과 마찬가지로 산신제는 상당제(上堂祭)의 핵심적인 의례로서 하당의 여러 신격에 비해 더욱 엄격한 존재로 인식되고 있다.
[절차]
논산 지역 산신제는 유교식 정숙형 동제의 전형을 보여준다. 따라서 제관과 축관 등 부정하지 않은 몇 사람만 입산하여 조용히 제를 지내는 것이 관례이다. 물론 일부 마을에서는 산에 오를 때 풍물패들이 길군악을 울리며 함께 동참하는 사례가 없지 않으나, 일단 산신제가 시작되면 모든 쇳소리를 멈추고 사뭇 엄숙한 분위기에서 제를 모신다.
산신제의 절차는 마을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다. 그렇지만 대체로 분향(焚香)-강신(降神)-초헌(初獻)-독축(讀祝)-아헌(亞獻)-종헌(終獻)-음복(飮福)-소지(燒紙) 등의 순서로 진행된다. 마을에 따라서는 종헌이 생략되고 제관이 단작(單爵)으로 술을 올리고 축문을 읽거나 독축이 생략되기도 한다.
[특징]
논산 지역에서 전승되는 산신제의 중요한 특징은 온 동민이 하나가 되어 산신을 모시는 마중시루 또는 마짐시루가 수반된다는 점이다. 이는 산신제가 진행되는 동안 각 가정에서 떡시루를 준비하여 장독대가 있는 당산이나 마당 한복판에 차려놓고 치성을 드리는 의례를 말한다. 이를 위해 산제당에서 메[밥]를 지어 제상(祭床)에 올리면 바야흐로 징을 울려 신호를 보내거나, “마중시루 떼시오! 마중시루 떼시오!”라고 외친다. 이 소리를 듣고 부녀자들은 각자 집안에서 마중시루를 떼어 올린다.
마중시루는 산신제가 끝난 직후에 신호를 보내기도 하지만, 대개는 산신제와 동시에 거행되는 것이 특징이다. 가령 양촌면 반곡리에서는 제물(祭物)이 진설되면 징을 울린다. 이를 기화로 각 가정에서는 마중시루를 떼어 올린다. 부적면의 부인당산제(夫人堂山祭) 에서도 메가 다 되어 제상에 진설되면 징을 울려 신호를 보낸다. 따라서 부인당에서 산제가 시작되는 것과 동시에 각 가정에서는 마중시루를 떼어 당산고사를 지낸다.
이를 테면 마중시루는 사제로 선정된 제관이 마을을 대표하여 산신에게 무사태평을 기원하는 동안, 각 가정에서는 부녀자들이 산신과 가신(家神)에게 집안의 평안을 축원하는 의례인 것이다. 이러한 마중시루의 관행은 유독 충청도 지역의 산신제에서 보편적으로 나타나는 전통이기도 하다.
[현황]
논산 지역 산신제는 1970년대 이후 산업화 사회로 이행하면서 이미 중단된 곳이 적지 않다. 지금까지 전승되고 있는 산신제 중에서 지역적인 특징이 잘 녹아 있는 몇몇 사례를 살펴보기로 하자.
부적면의 부인당 산제는 가장 주목되는 곳이다. 그것은 후삼국기에 왕건을 도와 통일의 위업을 달성하는 데 조력한 무당을 산신으로 모신 유일한 사례로서, 『여지도서(輿地圖書)』 연산현 고적조에 관련 설화가 상세하게 기록되어 있을 만큼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 게다가 과거에는 주변의 여러 마을이 공동으로 참여했던 점이나, 부인당에 수반되는 엄격한 금기와 재계(齋戒), 농기걸기, 마중시루 등의 요소는 논산의 지역문화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다.
양촌면 반곡리 서림마을 산신제는 싸리나무홰가 등장하는 독특한 의례이다. 이 마을에서는 산신제를 지내기 전에 거대한 싸리나무홰 2개를 임시로 가설한 황토제단 좌우에 세우고 불을 지피는 것으로 산신제를 시작한다. 이는 싸리나무가 갖는 제액초복(除厄招福)의 상징성을 적극 차용함으로써 농사의 풍년과 마을의 안녕을 기원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싸리나무홰 산신제는 부여·청양 지역의 동화제(洞火祭)와 긴밀한 상관성을 지니면서도 일정한 차이가 있다.
그런가 하면 양촌면 일대에서는 산신제를 지내기에 앞서 화산(火山)으로 지목되는 산봉우리에 소금 단지나 간수를 담은 항아리를 묻고 불을 피우는 풍속이 있다. 이를 불맥이라고 하는데, 이는 마을 차원에서 화재를 막기 위한 적극적인 의례로 해석된다. 또한 산신제를 마치고 거행되는 천륭제는 수신(水神)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여느 마을의 하당제와는 사뭇 다른 특이한 관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