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리역」
메타데이터
항목 ID GC07501439
한자 裡里驛
영어공식명칭 Iri Station
분야 구비 전승·언어·문학/문학
유형 작품/문학 작품
지역 전라북도 익산시
시대 현대/현대
집필자 강윤미
[상세정보]
메타데이터 상세정보
저자 생년 시기/일시 1961년 - 이용범 출생
저술|창작|발표 시기/일시 1995년 2월 1일 - 「이리역」 『너를 생각는다』 에 수록
배경 지역 이리역 - 전라북도 익산시 창인동 지도보기
성격 현대시
작가 이용범

[정의]

전라북도 익산시 창인동에 있는 이리역을 배경으로 하여 이용범이 쓴 현대시.

[개설]

이용범은 1961년 전라북도 부안군 줄포에서 태어났다. 1987년 원광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였고, 1986년 『소설문학』 신인상을 수상하여 등단하였다. 이용범의 「이리역」은 전라북도 익산시에서 발생한 이리역폭발사고를 배경으로 돌아오지 않는 사람들에 대한 그리움을 반어적이며 역설적으로 노래하고 있는 시 작품이다.

[구성]

「이리역」은 총 12연 77행으로 이루어져 있다.

[내용]

목포행 호남선 기적소리가 지나가면

흐릿한 불빛이 꺼지면

흐물흐물 사내의 욕정이 살아나면

고향으로 가는 길을 더듬으면서

이 지방 출신 국회의원이 준

달력에 표시된 날을 손꼽아 보면서

창인동 자궁으로 햇빛이 쏟아지는 날을 기다리면서

알 수 없는 어둠의 무게를 끌어안는다.

구겨진 이불 속으로 스민 정액이

역겹게 느꺼지기는

그녀의 몸이 홧홧 달아 오르기에는

너무나 많은 세월이 그녀의 몸을 지나가 버렸다.

 

오늘 밤은 왜 이렇게 집 생각이 많이 날까

아버지 어머니 그리고 어린 동생들

명절 때마다 몰라보게 커 있는 강아지와

불임의 은행나무,

어린 날의 짝궁이었던 소꼽동무까지도

내일도 오는 것일까

오늘처럼 웃음을 많이 팔 수 있을까

아니 내일은 오지 않았으면 싶다.

그냥 이대로 눈을 뜨지 말았으면

 

꽝-꽈-아.

1977년 11월 11일 금요일 밤, 폭음과 솟아오르는

불기둥으로 산이 없는 도시 솜리는

고막과 복창이 터져 버렸다. 견고하게 짜여진

비상연락망, 추위를 막아줄

따끈한 청국장 국거리인 된장단지

주말마다 이어지던 직장 미혼 남녀의 사랑도

중앙시장의 거미줄처럼 얽혀 있던 친목계조차도 그 순간

솜리를 제외한 전국 TV에서는

 

대단히죄송합니다현지사정으로인하여화

면상태가고르지못함을사과드립니다널리

양해해주시기바랍니다

 

그녀의 꿈은 이어지지 않았고

월드컵 예선 위성 축구중계는 계속되었다.

어두웠다 어두웠다 어둠은 너무나 길었다. 무슨 일일까

또 전쟁이 일어났을까

누가 죽었을까

아, 죽지 않은 사람만이 떨리는 가슴으로 살아 남았구나

어둠은 춥고 길었다.

다음 날 신문기자들의 온몸에

이리역 열차 폭발 사고 현장이 문신처럼 새겨졌다.

 

수많은 사상자와 이재민, 재해 대책 본부, 폭박물 취급

부주의, 역대 열차 사고, 세계 폭발물 사고, 참화의 분화구......이즈러진 시가

 

목포행 하행선 철도는

한반도의 허리뼈처럼 끊어져 버렸다. 창인동 주변에서는

깨어진 유리 조각에 햇빛이 내리쬐었고

산 사람들이 자기네들 가슴 밖으로 쓸어내었다.

 

끊어진 약속

깨어진 꿈

 

며칠간 계속해서 신문에 사망자 명단이 새겨졌다.

또렷하게

아, 그녀의 이름이 안 보여

동료들 역시 마찬가지였어

사망자 수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죽은 사람들은 많았다.

신원 파악이 되지 않은 많은 사람들이 사망자가 되지 못하고 죽어갔다. 눈을 감지 못한 채

살아남은 사람들이 이즈러진 거리에 귓속말을 흘리며

 

서로의 안부를 확인하며 걸었다

전국적으로 이재민 돕기 모금운동이 한창이었고

모금함 속으로 사건

사건들이 숨겨졌다.

 

여러해가 지난 지금 이리시는

수많은 죽음 위로

골칫거리 만년 판자촌 윤락가 위로 이남에서

몇 번째 안 가는 거대한 역사와

광장이 세워져

번창해간다.

 

햇빛이 따사로와 일찍 꽃 피는 그녀의 고향

기적소리를 듣는다

너무 이른 모내기에 가뭄 타는 아버지

어린 동생이

꼽아논 손가락이 펴지지 않은 채

꿈 속에 빠진다

다음 명절 때는 꼭 오겠지.

[의의와 평가]

「이리역」은 1977년 11월 11일 금요일에 발생한 이리역폭발사고를 이용범이 어떻게 바라보고 인식하고 있는지를 생생하게 보여 준다. 이용범은 이리역폭발사고를 마치 전쟁으로 오인할 정도로 충격적으로 받아들이고 있으나, 이리역폭발사고는 월드컵 축구 중계에 묻힐 만큼 사소하게 처리된다. 불특정 다수가 죽음으로 내몰린 상황에서 이용범은 그 죽음의 흔적이 오히려 거대한 역사로 변해 가고 도시는 번창해 간다는 인식을 통하여 매우 반어적인 상상력을 드러낸다. 그러한 상상력 속에서도 시인은 죽은 이들에 대한 그리움을 ‘다음 명절 때’는 볼 수 있다는 희망으로 전이시키면서 이리역폭발사고에 대한 안타까움을 고스란히 드러내게 된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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