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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데이터
항목 ID GC60005083
한자 鷄林洞-冊房-華麗-復活
이칭/별칭 헌책방 길,옛 광주 책방 골목
분야 지리/인문 지리
유형 개념 용어/개념 용어(기획)
지역 광주광역시
시대 현대/현대
집필자 신송
[상세정보]
메타데이터 상세정보
특기 사항 시기/일시 2019년 1월19일 - 광주 헌책방 여기-있음 프로젝트 '계림동 처방전' 개최
특기 사항 시기/일시 2019년 6월 3일~6월17일 - 책방거리 입점 및 활성화 지원사업
특기 사항 시기/일시 2019년 6월 28일 - 계림동 헌책방 르네상스 프로그램 운영 시작

[정의]

광주광역시 동구 계림동 헌책방 거리의 활성화 운동.

[개설]

'계림동 헌책방 거리' 기획은 동구청의 지원을 받아 책문화기획자, 지역주민, 예술가 등의 다양한 계층의 참여가 있었다. 특히 시작점이 된 '계림동 처방전'은 광주에서 활동하는 책문화기획자 유휘경씨와 유림서점 유수진씨의 기획이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헌책방 거리의 역사]

계림동 헌책방 거리광주고등학교에서 계림오거리 사이에 헌책방들이 다수 자리하고 있어서 붙은 이름이다. 한때는 60여 곳 이상이 영업을 할 정도로 번성했던 곳이지만 이제는 소수의 서점만이 남아서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1970~1980년대에 광주 지역에서 중고등학교나 대학교를 다녔다면 계림동 헌책방 거리와 인연이 없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모든 것이 부족한 어려운 시절이었기에 새 책을 살 돈이 없던 학생들은 얼마 안 되는 돈을 가지고 이곳에서 낡은 참고서나 대학교재를 샀다. 반대로 학년이 올라가면 필요 없어진 교과서나 참고서를 들고 와 돈으로 바꾸기도 하였다. 이사를 하면서 정리한 책들을 한 보따리 들고 가기도 하였다. 용돈이 부족하던 시절 헌책을 팔고 받은 돈은 요긴하게 쓰였다.

문학을 좋아하는 청년들은 계림동 헌책방 거리에서 저렴하게 해외 유명 작가의 소설을 구할 수 있었다. 간혹 희귀한 책을 구해 연구에 활용하는 대학교수나 강사도 있었다. 구석구석 쌓인 책에서 풍기는 먼지 냄새를 맡으며 사람들은 인디아나 존스 같은 모험가가 되고 셜록 홈즈 같은 탐정이 되고 아인슈타인 같은 과학자가 되었다. 특히 먼지 쌓인 책더미 속에서 사회과학 서적을 뒤지던 청년들이 민주화의 주역이자 일등공신이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 헌책방 거리는 광주의 정신이자 정체성이라고 할 수 있다.

가난했던 그 시절 돈이 없어 몰래 책을 훔치고 어린 학생이 훔쳐 가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모른 체한 주인의 이야기나 책을 훔쳐간 사람이 커서 다시 찾아와 지난날의 잘못을 고백했다는 등의 이야기는 전설처럼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진다. 설혹 누가 지어낸 이야기라 하더라도 사람들은 그 이야기 속에 들어 있는 추억이 가지고 있는 진실을 찾아낸다. 계림동 헌책방 거리는 우리 모두의 젊음의 고향이자 추억의 저장소이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고 생활이 윤택해지면서 굳이 헌책을 살 필요가 없어지자, 계림동 헌책방 거리의 인기도 점차 사그라들었다. 헌책방만 사라진 것이 아니다. 광주에서 오랜 역사를 자랑하던 시내의 큰 서점도 함께 없어졌다. 광주에는 삼복서점, 나라서적, 충장서림 등 제법 규모가 있는 서점이 많이 있었으나 지금은 모두 문을 닫았다.

한국 경제의 빠른 성장은 풍요롭고 편리한 삶을 제공했지만, 그 사이에 우리의 삶을 이루던 많은 것들이 사라져갔다. 싸고 편하게 구매할 수 있는 대형 인터넷 서점의 등장은 헌책방 가게의 쇠락을 부채질하였다. 굳이 시간 들여 직접 계림동을 찾느니 편리하게 인터넷 쇼핑을 선택하게 된 것이다. 인터넷으로 도서를 구매하는 문화가 자리를 잡은 이후로 일반 오프라인 서점을 찾는 이는 현저히 줄어들었다. 그 결과 2019년 기준 일신서점·광주 고서점·광일서점·문학서점·백화서점·유림서점·학문당까지 7개의 서점만이 남아 있는 실정이다. 책방 주인의 고령화도 빼놓을 수 없는 문제이다. 대를 이어 가게를 맡을 사람이 없는 실정은 계림동 헌책방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1960~1970년대에 본격적으로 형성되어 50년 이상의 역사를 가졌다는 점에서 계림동 헌책방 거리는 관광 콘텐츠의 확보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지자체의 입장에서도 매우 의미 있는 공간이다. 헌책방 골목을 관광상품으로 개발하는 데 가장 앞선 도시는 부산광역시이다. 부산광역시 중구 보수동에 있는 헌책방 골목은 과거의 모습과 현재가 공존하며 이색적인 풍경을 선사하고 있다. 부산을 찾는 많은 사람들이 일부러 헌책방 골목을 찾아 추억을 회상할 정도로 보수동은 유명하다.

[행복한 책마을 조성 시범사업]

광주광역시도 계림동 헌책방 거리를 되살리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광주광역시는 관광의 측면보다는 인문학적 차원의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특히 동구는 광주광역시의 원도심으로 다른 구에 비해 상대적으로 낙후되어 있다. 이를 극복하고 새로운 활력을 불러올 수 있도록 다양한 문화 콘텐츠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원도심 중 한 곳으로서 풍부한 역사자원과 자연자원을 활용하려고 계획 중이다.

동구는 이러한 정책의 일환으로 인문도시정책을 수립하고 계림동 헌책방 거리를 새롭게 꾸며서 활력을 불어넣으려 한다. 동구청이 중심이 되어 구도심과 헌책방 거리를 연계해 인문학술사업을 장기적으로 진행 중이며, 이를 바탕으로 지역민의 정체성과 애향심을 살리고 지역문화의 활성화를 꾀하고 있다.

2009년 전남대학교 문화예술특성화사업단의 '계림동 책마을 거리간판 특성화사업'을 통해 신식 간판 교체, 중고책 전산화 작업 등도 실시했지만 지속되지는 못하였다. 그러던 2019년 계림동 헌책방 거리의 사장님들이 이를 부활시키기 위해 나섰다. 헌책방 거리의 중심지인 유림서점에서 토크콘서트 '계림동 처방전'을 개최하였다. 남아 있는 7곳 중 5곳[고서점·광일서점·대교서점·문학서점·유림서점] 사장들이 모여 진행하였다. 그리고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문화체육관광부가 지원하는 사업인 '인문360° 골목콘서트'에 선정되었다. 토크콘서트 '계림동 처방전'은 3개의 파트 '현상진료: 토크', '음악처방: 공연', '관계처방: 네트워크'로 나뉘어 진행되었다.

이에 힘입어 동구에서는 2019년 6월 '행복한 책마을 조성 시범사업'을 통해 책방거리 입점 및 활성화 지원사업을 실행하였다. 구체적으로 헌책방거리를 중심으로 창업과 경영개선을 돕는 '책방거리 입점 및 활성화 지원사업'을 통해 운영자와 창업자를 지원하였다. 또한 같은 달 '행복한 책마을 조성사업'을 본격화하여 '계림동 헌책방 르네상스' 프로그램을 운영하였다. 이는 커피유림에서의 '계림동 헌책방의 추억'을 시작으로 '헌책방 거리서가 공유의 날 책트렁크데이', '헌책방 순례와 함께하는 재즈 공연', '헌책방 고전토크, 밀란 쿤데라 듣는 밤', '헌책방 k고 동창회' 등이 개최되었다.

그 외에도 책방거리 입점 지원, 책방가로 조성, 책마을 인력양성사업, 북 페어, 작가와의 만남, 서점 독서동아리 지원 사업 등을 추진하였다. 2020년에도 책마을 인문산책 프로그램, 책소풍, 책 중고장터, 책방투어 등의 새로운 사업을 시도하였다. 동구 인문대학, 동구 인문자원 기록화사업, 동구 책정원, 생애출판 사업, 청소년 세계인문지도자 양성사업 등도 있다.

지자체와 관련 기관의 지속적인 지원은 이러한 도심재생사업에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이다. 주민의 참여가 없는 도심재생사업은 지원이 끊기는 순간 그 동력을 상실하고 만다. 해외 사례를 보더라도 시민의 애정과 관심이 없는 곳은 대부분 성공하지 못하였다.

[헌책방거리 활성화의 주역들]

그런 의미에서 헌책방 거리 활성화의 주역으로 유림서점 책방과 커피유림이라는 카페를 빼놓을 수 없다. 유림이라는 이름을 같이 쓰고 있는 데서도 짐작할 수 있듯이 이 두 가게는 가족이 운영하며 위치도 서로 붙어 있다.

유림서점은 인근 광일서점과 함께 1970년대 초 영업을 시작했으며 현재 7군데만 남은 헌책방거리의 터줏대감이다. 헌책방의 인기가 시들해지자 어떻게 해서든 가게를 유지하기 위해 딸과 함께 커피유림을 시작하고 헌책방 거리를 살릴 여러 아이디어를 궁리하고 있다.

헌책방 거리를 지키는 또 다른 터줏대감은 학문당이라는 서점이다. 그 전에는 동구 예술의 거리에 있었던 학문당이 헌책방 거리로 자리를 옮긴 것이다. 학문당은 구하기 힘든 외국 도록과 전집들이 있어서 광주광역시와 전라남도의 미술학도들이 자주 찾던 명소였다. 수십 년간 미술관련 서적을 취급해온 덕분에 광주 예술계의 사랑방 역할도 톡톡히 해왔다.

되돌아보면 광주에는 유서 깊은 서점들이 많이 있었다. 그 중 녹두서점은 5·18광주민중항쟁 당시 대학생과 민주인사들이 비밀리에 모여 현수막을 만들고 궐기대회를 준비했던 민주화운동의 주요 근거지로 지금까지 사람들의 기억에 남아 있다. 광주의 대표 시인이자 민주투사인 김남주 시인이 운영했던 '카프카'라는 서점도 있었다. 김남주는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1975년 지인들의 도움으로 동구경찰서 옆에 서점을 열었다. 그러나 혁명투사이자 민주주의의 전사로 알려진 김남주이지만 실상 그는 ‘물봉’이라는 별명에 어울릴 만큼 순박하고 욕심이 없어서 장사에는 소질이 없었다. 카프카 서점은 경영 악화로 2년 만에 문을 닫았다.

가깝게는 인문사회과학 서적에 관심 있는 대학생과 시민들이 모여 세미나와 스터디를 해온 전남대학교 정문 앞의 청년글방도 빼놓을 수 없다. 한때 청년글방전남대학교 학생과 젊은 연구자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던 곳이었다. 이곳에서는 토론과 술로 밤을 새우던 젊은이들 때문에 불이 꺼지는 날이 없었다. 이 서점들은 모두 광주 지성의 산실이자 민주화 운동의 요람이고 대학생과 시민이 시국을 논하는 사랑방과 같은 곳이었다.

헌책방 거리는 위치적으로도 다른 관광 콘텐츠와 연계할 수 있는 여지가 풍부한 입지적 조건을 가지고 있다. 가깝게는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 있어서 다양한 전시와 공연을 손쉽게 접할 수 있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은 과거 전남도청이 자리했던 곳으로 광주민주화운동의 역사적 공간이자 시민군이 최후로 저항한 곳이다. 최근에는 전일빌딩이 광주민주화운동과 관련해서 새롭게 단장을 하였다.

헌책방거리는 예술의 거리와도 멀지 않다. 예술의 거리동구 궁동대의동에 자리한 곳으로 화랑, 필방, 화실, 서예원, 공방 등의 가게가 있고 소극장과 갤러리, 야외무대 등도 자리하고 있다. 예술의 거리를 걸으면 어느새 수묵의 향이 코끝을 스치는 듯하다. 예술 관련 가게 이외에도 이색적이고 개성 넘치는 식당이나 찻집도 많다.

동명동 카페거리와도 가깝다. 골목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동명동 카페거리는 한옥 등을 개조한 카페나 식당을 비롯해 감각적인 문화공간들이 골목골목마다 특색을 자랑하고 있어 새롭게 조명받고 있다. 동명동 카페거리는 서울의 아름다운 거리로 유명한 경리단길에 빗대어 ‘동리단길’이라고 불리고 있다. 대인문화예술시장을 둘러보는 것도 추천할 만한 코스이다. 특히 대인야시장은 최초의 예술 야시장으로서 대인시장에 사람들을 불러모으는 데 큰 역할을 하였다. 먹거리와 즐길거리가 넘치는 대인시장은 최근 들어 젊은이들이 자주 찾는 곳이다.

동구는 축제의 공간이기도 하다. 특히 2004년부터 개최된 추억의 충장축제는 1970~1980년대를 테마로 한 대한민국 대표 도심길거리 문화축제로 시민 모두가 즐기는 대표 행사이다. 충장축제가 열리는 시기에 동구를 거닐면 과거로 타임머신을 타고 떠난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과거와 미래를 잇는 이야기의 거리]

현재 이 헌책방 거리는 비어 있는 가게들에 고미술상과 골동품상들이 들어오기 시작해 독특한 운치를 자아내고 있다. 그전에는 가게들이 문을 닫기만 해서 분위기도 을씨년스러웠는데 빈틈을 메꾸듯 새로운 가게들이 들어와 전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한가한 시간에 이곳을 산책하면 마치 박물관을 구경하듯 흥미로운 장면들을 볼 수 있다.

재개발의 바람 속에서 헌책방 거리 주변도 아파트가 들어서며 과거의 풍경을 많이 잃어버리고 있다. 아파트는 시민이 누려야 할 것들을 뺏는다. 과거의 흔적을 지우고 통행로를 막아버린다. 골목에 모여서 오순도순 정을 나누며 살던 사람들도 뿔뿔이 흩어지게 만든다. 무엇보다 아파트는 광주 시민 모두의 소유인 무등산 풍경을 사라지게 만든다. 시원하게 뚫린 계림동의 거리를 걸으면 무등산이 손에 잡힐 듯 했는데 이제는 아파트가 성벽처럼 올라가 사람들을 위협하는 것 같다.

모든 것이 사라지고 바뀌는 시대에 이곳 헌책방 거리의 모습만은 조금 더 남아 있기를 많은 이들이 바라고 있다. 도시의 역사와 사람들의 삶이 남아 있는 거리, 민주화운동의 기억을 간직하고 있는 거리, 시장에서 상인과 손님의 흥정이 남아 있는 거리, 문화와 예술의 향기를 발하는 거리. 어쩌면 동구는 광주에서 가장 역사 깊은 공간이자 가장 많은 이야기가 있는 장소일지도 모른다. 동구의 골목골목에는 아직도 못다 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남아 있다. 그리고 헌책방거리는 동구의 수많은 이야기 중 하나로 지금까지 남아 있으며 앞으로도 사람들의 기억 속에 살아 있을 것이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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