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730135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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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 南道-別味海南-特産物- 傳通飮食 |
영어공식명칭 | Specialties of Namdo, Specialties and Traditional Foods of Haenam |
분야 | 정치·경제·사회/경제·산업 |
유형 | 개념 용어/개념 용어(기획) |
지역 | 전라남도 해남군 |
시대 | 현대/현대 |
집필자 | 윤영식 |
[정의]
전라남도 해남군에서 주로 생산되는 특산품과 이를 이용해서 만든 향토 음식.
[개설]
땅끝 해남은 중생대 우항리 공룡화석지, 천년 고찰 대흥사, 육백년 된 윤선도 종가집, 오래된 시간의 흔적들이 겹쳐서 흘러간다. 이른 봄 어린 마늘밭에 난 풀을 뽑는 농민의 주름진 얼굴에 쏟아지는 햇살도 느긋하다. 사계절 어느 때라도 푸름과 여유를 잃지 않는 곳, 순박한 사람들이 들과 바다를 끼고 어울려 사는 곳, 자연과 사람이 함께 만들어내는 다양한 농수산물의 보고, 이곳이 바로 땅끝 해남이다.
[땅끝바다에서 막 건져올린 김]
해남의 대표적인 특산품인 김은 김국과 김장아찌로 담아 먹는다. 김국은 소고기를 먹고 나서 느끼한 속을 달래주는 얼음에 타낸 개운한 감칠맛이 일품이다. 김장아찌 또한 이곳에서만 맛볼 수 있는 해남의 향토요리다. 매년 겨울철이면 해남 사람들의 밥상에는 물김국과 물김 초무침이 오른다. 바다에서 바로 건져 올린 물김에 된장을 풀어 끓인 국은 싱싱한 바다 냄새가 가득한 겨울철 별미다. 김을 채취하는 어민들은 추운 벽 바다에서 물김을 넣은 라면으로 추운 몸을 덥힌다. 김의 이전 모습인 물김, 겨울햇살과 바람, 바다가 만들어 낸 물김은 땅 끝의 원초적인 맛이다. 새벽을 여는 땅끝의 어부들이 아직 어둠의 흔적이 묻은 시커먼 물김을 가득 싣고 어란항으로 들어온다. 세계로 수출하는 해남 김을 만들어 내는 원초인 물김이 경매되는 송지면 어란항 물김위판장은 국내 최고의 규모를 자랑한다. 새벽에 채취한 김들을 실은 수십 척의 배들이 아침마다 어란항으로 모여들고, 물김 샘플이 담긴 빨간 고무통이 일렬로 늘어서면 경매가 시작된다. 긴박한 경매가 끝나면 120㎏ 자루에 담겨진 물김들을 배에서 크레인으로 들어 올려 운송 차에 옮겨 싣는 모습이 장관을 이룬다. 이를 바라보는 어민들의 표정엔 기쁨이 묻어난다. 최근 몇 년 사이에 김 수출이 늘어나면서 물김 값도 올라 겨울 차가운 바다 위에서 수고한 노고가 위로를 받는다.
해남군 내 위판장은 어란, 구성, 학가, 송평, 산소 총 5곳이며 2017년 경매된 물김은 93,860톤, 금액으로는 983억 원에 다다른다. 물김은 저장이 어렵기 때문에 바로 가공공장으로 옮겨져 세척과 건조 과정을 거쳐 우리가 먹는 김으로 가공된다. 그런 이유로 해남에는 김 가공공장이 79개소가 운영 중이며, 이는 전국 김공장의 1/3을 차지한다.
송지면 땅끝마을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면 질서정연하게 늘어선 김 양식장은 겨울철 땅끝을 찾는 이들에게 또 다른 풍경을 선사한다. 땅끝전망대가 있는 땅끝마을에서부터 화산면 삼마도, 황산면 산소리에 이르는 해남과 완도, 해남과 진도 사이의 해역은 겨울철이면 온통 김 양식장으로 가득 찬다. 황산면 산소리는 지금도 지주식 김을 친환경으로 생산하고 있다. 지주식 김은 조류의 흐름에 따라 노출에 물에 잠김이 반복되어 햇볕을 충분히 받아 맛있고, 염산을 사용하지 않는 안전한 김이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친환경 김은 3,200톤, 금액으로 39억 원에 이른다.
일 년 중 처음 먹는 김은 추석 때 쯤 바다에 씨를 뿌려서 11월 말에 생산되는 가장 맛있고 비싼 곱창 김이다. 돼지 곱창처럼 구불구불 자란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곱창 김이 끝나면 구멍이 숭숭 뚫린 돌김이 나오고, 12월부터 3월까지는 김밥용 김으로 알려진 참김이 생산된다.
[한 겨울의 꼿꼿한 청상 겨울배추]
해남의 겨울은 텅 빈 논과 대비되는 극명한 푸름이 있다. 한겨울에도 꼿꼿하게 선 그 청상은 해남의 강인한 여인들을 닮았다. 그 푸름 위로 흰 눈이 쌓이고 겨울이 절정에 달하면 사람들은 기지개를 켠다. 2월, 겨울배추를 수확할 때가 된 것이다. 해남겨울배추는 2018년 2,640㏊가 재배되어 전국 재배 면적 3,757㏊의 70% 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배추를 팔아 농가들이 올리는 소득만 해도 570억 원이다. 이렇게 생산된 배추는 1991년부터 절임배추로 팔리기 시작했다. 지난해 해남군에서는 963농가가 절임배추 3만 2700톤을 팔아 513억 원의 소득을 올렸다.
최근 절임배추로 김장을 담그는 소비자들의 김장방식 변화에 따라 해남 절임배추가 인기를 끌고 있다. 해남겨울배추는 해풍을 맞아 영양이 가득하고, 겨울철에도 자라나 식감이 아삭하다. 해남군은 지난 2003년 ‘이 맑은 김치’ 브랜드를 출시하면서 절임배추와 김치 시장의 강자로 떠올랐다. ‘이 맑은 김치’는 젓갈을 넣어 깊은 맛이 나는 전라도식, 새우가 많이 들어가 시원한 서울식 등 다양한 종류의 김치를 선보이며 해남겨울배추 산업을 이끌고 있다. 해남군은 국내에서 최초로 겨울배추를 박스에 담아 서울 지역 공판장에 출하하고 있다. 배추가 가락동 시장 등 공판장에서 부산물 쓰레기가 많아 나와 골칫거리였는데 밭에서 잘 다듬어서 박스로 출하하여 해남겨울배추의 상품성을 높인 것이다.
김장은 온 가족이 함께 겨울을 맞이하는 소중한 의식이자 엄마들의 든든함이었다. 예전엔 모든 가정에서 12월까지 김장을 하여 겨울을 준비하였다. 하지만 지금은 2~3월도 김장을 할 수 있다. 겨울철 내내 흰 눈을 털어 내고 수확한 배추들로 소비자들은 햇김치를 담가 먹는다. 이는 겨울에 온전히 밭에서 얼지 않고 버티는 해남겨울배추의 싱싱함 때문이다.
세월은 변하고 먹는 방법도 바뀌었지만 쌀밥에 김치. 이 두 가지는 한국인의 영원한 소울 푸드이다.
[해남에는 고구마빵]
김치에 잘 어울리는 음식은 고구마다. 한 겨울 먹거리가 부족했던 옛 사람들은 고구마로 끼니를 이었다. 퍽퍽한 고구마에 김치를 올려서 먹으면 목 넘김도 좋고 배도 든든하다. 1990년부터 꾸준하게 인기를 끌어온 해남 고구마는 2018년 1,554㏊에서 2만 1492톤이 생산되었다.
지금은 해남 고구마 명품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지난 2016년 생산자 및 단체 36명이 모여 사단법인 해남고구마생산자협의회를 결성하여 품종 재배법 등을 통일하고, 해남 고구마 단체 표장을 등록하여 철저한 브랜드 관리를 하고 있다.
또한 해남군농업기술센터는 조직 배양한 건강한 무균묘를 농가에 공급하고 있다. 해남의 대표적인 고구마 생산지는 화산면과 산이면의 황토밭이다.
지금 해남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식품은 고구마빵이다. 고구마보다 더 고구마 같은 고구마빵은 통영 꿀빵, 경주 황남빵처럼 지역을 대표하는 빵으로 자리 잡고 있다. 고구마빵은 고구마 모양과 색깔의 쫄깃한 피 안에 진짜 고구마 앙금이 들어 있다. 해남은 전국으로 불티나게 팔리고 있는 고구마빵을 선두로 다양한 고구마 상품들이 선보이고 있다.
고구마를 말린 반시고구마는 대형 마트에 판매되는 또 하나의 히트 상품이다. 전통적인 음식의 현대인의 감각에 맞게 재탄생시킨 것이 포인트다. 이 밖에도 고구마묵, 고구마과자, 고구마송편, 아이스고구마 등으로 못생긴 고구마들이 이유 있는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대표적인 기호 식품인 고구마는 3월이면 수입산 오렌지에 밀려서 대형마트 매대에서 밀려난다. 그래서 소비량도 줄고 가격도 하락하여 생고구마로는 더 이상 농가가 소득을 올릴 수가 없게 되었다. 그러나 이제 김치를 올려먹던 고구마는 더 다양하고 더 맛있는 상품으로 변신하여 젊은 소비자들의 입맛을 자극하고 있다.
[해남윤씨 종가 음식들]
고구마빵처럼 해남에는 좀 특별한 간식이 있다. 우리나라 대표적인 종가집인 고산 윤선도 종가집, 녹우당에는 600년 된 간식거리가 있다. 해남 아카데미였던 녹우당에는 수많은 손님들이 찾았다. 그래서 차를 마시면서 함께 먹을 간식이 많이 필요하였다. 재료를 쉽게 구할 수 있고, 손이 덜 가는 간편한 음식, 그러면서 특별한 간식을 해남윤씨 종부들은 재치 있게 만들어 냈다.
연동 뒷산의 비자 숲에서 손쉽게 얻은 비자를 꿀에 재어서 만든 비자강정, 감을 으깨어 쌀가루를 섞어서 단지에 넣어두고 차상에 낼 때 콩고물을 묻혀서 낸 감단자는 오로지 해남에서만 맛 볼 수 있는 간식이다. 또한 어만두는 만두 속에 생선과 해남특산물인 배추를 넣어 만든 좀 특별한 음식이다. 콩나물장아찌는 제사 때 사용한 생선의 머리를 따로 모아 면보자기에 싼 후 그 위에 콩나물을 올려서 삶아 낸 영양도 풍부하고 오래 두고 먹을 수 있는 음식이다. 해남윤씨 종가음식은 주변의 쉬운 재료를 사용하고, 식재료를 하나도 버리지 않고 알뜰하게 사용한다. 해남윤씨 종가음식은 실사구시의 철학이 깃든 음식이다.
[다양한 해남의 특산물]
바다를 접한 해남은 예로부터 질 좋은 소금이 생산되고 있다. 지금은 대부분의 염전들이 문을 닫았지만 재래방식인 토판염이 생산되어 해남 소금의 명성을 이어 가고 있다. 예로부터 땅끝마을 갈두는 추자와 제주의 배가 입항한 곳으로 젓갈이 발달하였다. 예전만은 못하지만 지금도 해남의 질 좋은 소금을 사용한 다양한 젓갈 또한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농수산물이 풍부한 해남은 이처럼 예로부터 음식문화가 발달해 왔다. 땅끝에 오면 누구나 한 번씩은 맛보는 젓갈과 떡갈비, 향토음식 등 다양한 채소와 해산물, 육류가 어우러진 한정식은 땅끝의 진미다. 하지만 꼭 값비싼 한정식집이 아니라도 해남 어느 식당이라도 들어서면 해남의 다양한 제철 산물로 만든 음식들과 주인의 정을 맛볼 수 있다. 누구라도 해남에 오면 대한민국 농업의 보고를 눈으로 보고, 입으로 맛보며, 오감으로 체험할 수 있다.
해남군은 이러한 특산물 판매를 촉진하기 위해 해남미소라는 쇼핑몰을 직영하고 있다. 해남미소 쇼핑몰에는 해남에서 농산물을 생산하는 농가는 누구나 입점할 수 있다. 또한 땅끝해남식품특화단지를 조성하고 농민들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농산물가공센터를 설치하여 지역 특산품을 이용한 가공식품산업도 적극적으로 육성하고 있다.
해남은 다양한 특산물만큼 다양한 이야기들이 존재한다. 땅끝마을과 여기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와 농업 이야기를 잘 엮어 소비자들을 이목을 끈다면 해남 특산품들이 더욱 빛을 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