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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동이에 떠오른 웃돔샘 스캔들
메타데이터
항목 ID GC028B020301
지역 전라북도 고창군 부안면 선운리 진마마을
시대 현대/현대
집필자 정민구

[이야기도 피어나고 사건도 피어나던 곳]

부안면 선운리 진마마을 도깨비집 입구에 있는 웃돔샘[마을 우물]은 예전부터 마을의 중요한 식수원이었다. 마을의 동네 아낙들은 이 우물가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먹을 물을 긷거나 길어 올린 물로 빨래를 했다. 모름지기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공간에는 이런저런 이야기들이 피어나기 마련이다. 하물며 노란 국화가 심심치 않게 피어 있는 향기로운 진마마을의 우물가였으니, 게다가 지금은 없어졌지만 빨간 열매의 앵두나무까지 우물가의 멋진 배경이 되고 있었으니, 이 정도 분위기라면 스캔들 하나 정도 일어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황점술[1944년생] 씨에 따르면 이 마을의 웃돔샘 역시 은밀한 장소로 유명했었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우물 하나에 마을 아낙들이 줄지어 먹을 물을 긷다 보면 시간이 훌쩍 지나가 버리고, 자정을 넘겨서야 겨우 자기네 물을 긷는 아낙들을 보는 것도 예삿일이었단다. 바닷가와 인접해 있었기에 소금물이 아닌 식수를 마련하려는 심정이야 십분 공감할 수 있겠는 바, 과연 늦은 시간 웃돔샘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미당의 시집 『질마재 신화』에는 웃돔샘에서 일어난 ‘간통 사건’을 소재로 한 「간통사건과 우물」이란 시가 실려 있다. 이 시에는 “누구네 마누라허고 누구네 남정네허고 붙었다”는 소문으로 인해 마을 이곳저곳에 나팔과 꽹과리와 징과 소북과 남녀노소, 강아지, 닭들까지 풍겨져 나와 웅성웅성 소란스러운 상황이 묘사되고 있다.

또한 사건의 근원인 우물에는 가축 외양간의 가축용 여물이 뿌려져 메워졌고, 그로 인해 식수로 사용하는 것이 불가능해졌다. 이 간통 사건으로 마을 사람들은 무려 “한 해 동안 우물물 어느 것도 길어 마시지 못하고, 산골에 들판에 따로 따로 생수 구먹을 찾아서 갈증을 달래어 마실 물을 대어 갔던 것”이다.

이렇듯 「간통사건과 우물」에서 묘사되고 있는 상황은 마을 사람에게는 그들의 중요한 식수원을 상실하게 되는, 시련에 가까운 사건이었다고. 그렇다면 시인의 눈에 비춰진 이 시련의 상황이 마을 사람들에게는 어떠했을까? 아니 마을 사람들에게 실제로 일어난 일은 무엇이었으며, 그것이 시적으로 형상화되면서 어떻게 변한 것일까?

[빨간 앵두나무가 범인일까?]

황점술 씨는 간통 사건 소문에 대해 조심스러우면서도 다소 가벼운 어조로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꺼낸다. 그가 지금까지 마을에 살면서 들어 본 간통 사건에 대한 마을 사람들의 견해는 각양각색이었단다. 그 중 몇 가지를 말해 보자면, 먼저 마을 어른들께 여쭤 봐도 그 사건이 실제로 일어났는지의 여부를 알 수 없었단다. 다만 그러한 간통 사건에 대한 소문으로 인해 마을 사람들이 많이 모여드는 우물에 가축용 여물을 뿌려 경계로 삼고자 했다는 말도 있고, 없는 간통 사건에 대한 소문을 만들어 내어 여물을 뿌림으로써 유용한 식수원이었던 우물에 일종의 휴지기를 두었다는 말도 있었다고 한다.

그러면서 수분을 흡수하고 정화하는 능력이 있어 옛날부터 우물가에 가장 많이 심은 나무가 앵두나무였는데, 우물가 옆의 앵두나무 처녀가 바람났다는 노래가 있는 것을 보면, 야심한 밤에 물을 길러 온 처녀 총각이 웃돔샘 옆 앵두나무 밑에서 서로 눈 맞는 일이 아주 없지는 않았을 것이라고도 덧붙인다.

예부터 우물가는 여인들이 정보를 교환하는 장소이자 청춘 남녀가 만나는 만남의 장소이기도 했다. 진마마을의 어느 아낙네가 웃돔샘에서 길어 올린 맑은 물동이에 살포시 떠올랐던 간통 사건은, 진실과 소문의 울타리를 가볍게 뛰어 넘어 마을 사람들의 상상력과 정보 교환의 현장을 생생하게 재확인시켜 주는 살아 있는 이야기이다. 그래서도 더욱더 시적으로 형상화된 흥미로운 문학적 소재였기에 서정주 시인에 의해 한 편의 시로 재탄생했을 것이다.

[정보제공]

  • •  황점술(남, 1944년생, 부안면 선운리 진마마을 주민)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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